국내 건설업체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통계를 취합하는 해외건설협회는 관련 통계에 대한 공개를 벌써 두 차례 연기하며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국내 건설업계의 성장성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께 수주 성과 공개와 함께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수주액 ‘210억달러’ 추정, 중동 반토막=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204억달러로 2018년보다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연말 잔여 계약 물량까지 포함해도 2006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2019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204억달러였다. 연말 수주를 모두 합해도 210억달러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추정이다. 지난 2017년 290억1,000만달러, 2018년 321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35%가량 급락한 성과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오름세를 이어가 350억달러 달성을 목표했던 정부의 기대와 격차가 크다. 해외 수주 호황기였던 2010년대 초반의 3분의 1도 안되며 2006년 164억달러 이후 13년 만의 최저치다.
해외 수주가 급락한 이유는 유가 하락으로 중동 수주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대외 경기 불안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된다.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중동지역의 수주액은 44억 5,000만달러로 2018년 92억달러에서 반 토막이 났다. 해외 시장의 주요 먹거리로 떠오른 아시아지역도 2018년 162억달러에서 지난해 113억달러로 30%가량 쪼그라들었다.
13년 만에 최저 실적이 예고되면서 2019년 해외건설 수주액 발표도 거듭 연기되고 있다. 해당 통계를 취합하는 해외건설협회는 지난 6일 예정된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홈페이지 오픈을 이달 31일로 돌연 연기했다. 매년 해당 연도 수주액의 집계를 위해 마지막 한 주간 통계를 비공개 전환 후 새해 2일까지 공개해왔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6일에 발표한다고 공고했는데 최근 이달 말로 추가 연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해외건설협회는 이와 관련 기술적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연말 수주 계약의 공개 기한과 통계 취합의 기술적 문제로 지난해 수주액 집계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13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라는 충격 요인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이유라는 뒷말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 수주 실적을 최대한 끌어모아 하락 폭을 줄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해외 건설 촉진법 대기 중...“중동 혼란에 올해도 위태”=해외 수주액 급감이 발등의 불이 되면서 정부는 이달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해외건설 지원 펀드를 대폭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18년 해외건설 지원을 위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설립하고 글로벌인프라 펀드를 육성했다.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1조 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펀드’에 5,000억원을 우선 투자하기로 하는 등 여러 방안도 내놓은 상황이다. 앞으로 KIND를 통해 사업계획 수립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건설 촉진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법안은 해외건설 수주에서 정부 간 계약(G2G) 방식을 확대하기 위해 KIND를 관련 전문 기관으로 인정해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주전의 속도를 높이고 전문성도 부여하겠다는 목적에서 발의됐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5,000억원에 불과했던 KIND의 법정 자본금을 2조원으로 상향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액 감소는 금융지원으로 해외 건설 수주가 선진화됨에 따라서 수주 성과가 도출이 1~2년 단위로 더 길어진 부분도 있다”면서 “KIND를 통해 G2G를 비롯해 선제적인 수주 전략이 확대되면 전환기를 거쳐 수주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도 해외 수주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당장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 수주 시장은 다시 얼어붙는 분위기다. 국내 건설사가 진출한 이라크 지역은 벌써 출입국이 금지돼 신규 수주는 한동안 물 건너간 상황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미국과 중동지역 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 수주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질 좋은 해외 사업을 계속 확보해 나가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진동영기자 now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