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이란 ‘창조 모험 혁신 도전 개척정신’의 총화(總和)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한 공유경제 시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형태의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김동기(85)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가 기업경영서 ‘기업가정신’을 내놨다. 평생 경영학자로서 살아온 그는 대학에서 수많은 기업인들과 사제, 동료 등의 인연을 맺어오며 1세대 기업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960년대에는 저서 ‘현대마케팅원론’을 펴내 마케팅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 미국식 마케팅을 도입하기도 했고, 상공부 시절 유통근대화 추진위원회에서 상품권 발행, 신용카드제도 도입 등 국내 유통근대화 정책 수립을 주도했다. 지난해부터는 인문사회, 자연과학 분야 원로학자 150명이 소속된 대학민국학술원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기업운영에 본질인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등을 맞아 최근 스타트업이나 신생기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에게서 기업가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경영환경이 악화할수록 경영인들의 기업가 정신이 더욱 부각하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기업가 정신 연구 50년의 결정판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1세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부터 재계 2세 경영인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전문 경영인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중견기업 창업자 등 한국경제 발전을 선도한 53인의 기업인을 다루고 있다. 재계 유명 인사들에 대한 소개나 평가를 넘어 창업 배경, 성격, 신념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김 교수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의 총수나 전문 경영인이지만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그들의 기업가 정신을 꼭 한번 연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제관계부터 동기, 평소 존경하는 기업인까지 다양한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과 1년 넘게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강보영 안동병원 회장이 새벽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농어촌지역 의료난 해소를 위해 지방에 대형병원을 세운 일화부터 자수성가형 기업가인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이 3만명 직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한 이유, 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사제관계였던 이들의 학창시절 모습 등을 담아냈다.
국내 경영환경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현재 한국은 기업활동을 위축하는 각종 규제와 정책들로 기업을 경영하기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는 한국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삼성, 현대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과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김 교수는 “책을 통해 선배 기업인들이 어떤 매니지먼트 전략으로 경쟁기업과의 싸움에서 이겼는지, 임직원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목표달성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했는지, 또 어떤 경영전략과 기업문화로 기업을 성장·발전시켰는지, 나아가서 기업인이 국가사회와 인류에 어떤 공헌과 기여를 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2020년 산업계 전반에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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