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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대통령, 친이란 총리후보 반대하며 사의

이달 총리 사퇴 이어 대통령도 부재 위기

알에이다니 주지사 총리후보 반대 시위 벌어져

이라크 반정부 시위대가 22일(현지시간) 수도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친(親)이란 성향의 알에이다니 주지사의 총리직 반대를 외치고 있다. /바그다드=AP연합뉴스




이라크 대통령이 의회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신임 총리 후보로 추천된 아사드 알에이다니 바스라 주(州) 주지사를 총리로 지명하지 않겠다”며 “헌법상 대통령은 의회에서 추천된 총리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에서 행정부 실권자인 총리가 이달 1일 사퇴한 데 이어 국가통합의 상징인 대통령까지 사의를 밝히며 이라크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됐다. 이라크의 일부 언론은 그가 이미 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했고 고향인 쿠르드자치지역 술레이마니야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살리 대통령은 “신임 총리는 유혈사태가 더 발생하는 것을 막고 시민의 평화를 보호해야 한다. 반정부 시위대가 반대하는 후보를 총리로 지명하느니 사퇴하는 게 대중에 이익이 되는 일이다”며 알에이다니 주지사를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라크 의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보유한 친이란 정파 ‘파타 동맹’과 누리 알말리크 전 총리의 ‘법치 동맹’이 주도해 구성된 ‘비나 그룹’은 전날 총리 후보로 알에이다니 주지사를 추천했다.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최다 의석 정파나 정파 연합은 총리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를 총리로 지명하면 내각을 구성한다. 살리 대통령이 사퇴하면 이라크 의회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새 대통령을 먼저 뽑아야 총리를 선출할 수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기존 기득권 정파가 모두 사퇴한 뒤 조기 총선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라크 현지 언론 대부분은 시위대가 알에이다니 주지사를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알에이다니 주지사가 총리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에 바그다드에서는 25일 밤 시위대가 도로와 다리를 막고 건물을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대응했다. 앞서 시위대의 요구에 따라 이라크 의회는 24일 정치 신인이 진입하기 쉽도록 주(州)단위 18개 선거구에서 득표 비율로 의원을 선출하는 비례대표 형태의 현행 선거 방식을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라크에서는 10월 1일부터 경제난 해결과 정치 개혁, 부패 청산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시민 450여명이 숨졌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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