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최고위원회가 내린 임기 연장 불가 결정에 승복하면서 한국당이 새 원내사령탑 선출을 위한 ‘경선 모드’에 돌입했다. 차기 주자들이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총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 묻지 않겠다”며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 행복과 대한민국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당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리에 연연해 내부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깨끗하게 물러나겠다는 뜻이다.
나 원내대표가 ‘깔끔한 퇴장’을 선택하면서 차기 주자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앞서 3일 비박(비박근혜)계로 꼽히는 3선 강석호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이날 4선의 유기준 의원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를 공식화한 두 의원이 화두로 던진 것은 협상력 복원, 정치력 발휘다. 이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선거제·검찰 개혁 법안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등 현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심재철 의원도 출마 의사를 굳히고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3선의 권성동·안상수·윤상현 의원도 도전장을 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새 원내사령탑을 뽑는 경선이 ‘초읽기’에 돌입했으나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의총 공개발언에서 “원내대표 연임 사항은 의총에 권한이 있지, 최고위원이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판사 출신의 홍일표 의원은 이날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당헌 제55조와 당규 제24조 제3항을 종합하면 당 대표의 경선 공고 권한은 선거일을 정한다는 절차상의 권한일 뿐이고,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원내대표의 임기 문제는 오로지 의총에 그 권한 이 있음을 당헌·당규에 명확하게 명문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4선 정진석 의원은 이날 청와대 앞 천막에서 열린 한국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이렇게 화합을 못 하느냐.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비판받으면 안 되나. 제가 20년 동안 이런 것을 처음 봐서 그런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최고위 결정으로 당 ‘투톱’ 사이의 불협화음이 공개적으로 노출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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