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패션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의 보석업체 티파니 앤드 컴퍼니를 인수한다. 세계 최대 명품 회사가 쥬얼리 사업까지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독보적인 ‘럭셔리 제국’을 완성시켰다.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LVMH그룹은 루이비통 등을 중심으로 주요 명품 시장으로 급부상한 한국에서도 영향력을 넓힐 전망이다.
◇19조 티파니 인수로 럭셔리 포트폴리오 완성=LVMH와 티파니는 25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LVMH가 티파니를 총 162억달러(약 19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금액은 주당 135달러로, 당초 주당 120달러와 비교해 12.5% 올라갔다. 앞서 티파니는 LVMH가 제안한 인수가격인 주당 120달러가 회사의 가치를 현저하게 저평가하고 있다며 거절한 바 있다. 양측은 내년 중반에 인수거래를 마무리 짓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티파니는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승인을 권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뉴욕에서 시작한 티파니는 세계적인 고급 보석 브랜드로 성장해 현재는 1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300여 개의 매장이 있다. 티파니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타격을 입은 데 이어 미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고전해왔다. 젊은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유럽 최고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이끄는 LVMH는 루이피통과 펜디, 크리스티앙 디올, 지방시, 불가리 등의 고급 패션·명품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지만 카르티에를 갖고 있는 리치몬트 그룹에 비해 보석 시장에서는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가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양측은 “이번 인수는 LVMH의 귀금속 부문의 입지를 강화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합병 ‘DNA’로 세계 최대 럭셔리社로 우뚝=LVMH그룹의 인수합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1987년 꼬냑과 샴페인 브랜드로 잘 알려진 모엣 헤니시와 명품 가죽 가방 브랜드 루이비통이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인수합병을 회사의 뿌리로 두고 있는 셈이다.
LVMH그룹의 매출은 절반 가량이 루이비통을 포함한 패션부문에서 나온다. 하지만 LVMH그룹은 회사의 원동력인 인수합병 전략을 앞세워 주류, 화장품, 시계, 호텔, 면세점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 나가고 있다. 꾸준히 사세를 확장한 LVMH그룹은 현재 70개가 훌쩍 넘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LVMH그룹은 지난해 모든 포트폴리오가 건실한 성장을 이뤄내며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한 약 60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 세계 럭셔리 그룹 중 명실상부한 1위다.
◇아시아 대표 명품 시장 한국에도 눈길=LVMH그룹은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해마다 한국을 찾아 루이비통 등 그룹의 주력 브랜드 매장을 방문하며 신흥 시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달에는 루이비통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리뉴얼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해 명동에 위치한 롯데, 신세계면세점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까닭은 불황에도 끄떡없는 한국 명품 시장 때문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매출은 2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미국(24%)이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의 큰 손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 매장은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항상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면서 “이달 초에는 의류를 제외하고 스카프, 가방 등 대부분의 제품이 가격을 인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인기 제품은 대기를 걸어야 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LVMH그룹은 국내 소비자의 ‘루이비통 사랑’에 부응하고자 지난 5월 봉 마르셰 백화점의 온라인몰인 ‘24S’의 한국어판 사이트를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어, 영어 서비스만 제공하던 24S가 독일어에 이어 아시아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LVMH그룹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도 지난달 말 한국에 상륙했다. 세포라는 직구로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자체 브랜드와 백화점 1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럭셔리 화장품을 위주로 한국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세포라는 삼성동 파르나스몰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온라인 매장을 포함해 6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뉴욕=김영필특파원·허세민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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