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그간 수출규제 조치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로 강하게 맞서다 22일 한발씩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양국 갈등의 근원은 경제·안보 영역이 아닌 역사 문제에 있다.
지난해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고 일본이 이에 극렬히 반발하면서 한일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이후에도 외교적 대화보다 감정적 대응을 앞세우면서 한일 양국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법원은 당시 2014년 사망한 여운택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징용 피해자들은 판결에 근거해 이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해 현금화(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고 이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봄께 현금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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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금화 작업이 실제화한다면 한일관계는 문자 그대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수출규제와 지소미아는 언제든지 재조치가 가능하고 어느 정도 대안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법원 판결의 실제 이행인 현금화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일 양측 모두 물러서기 힘든 부분이어서 해법 도출을 위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나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오랫동안 한일 역사 문제를 다뤄온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는 고차방정식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제징용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반적으로 적어도 내년 4월로 예정된 현금화를 위한 매각 처분 이전에 극적 타결을 볼 수 있다면 다른 문제들도 포괄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한일 간에 ‘1+1+α(한일 기업+다른 요소)’를 비롯해 많은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긍정적으로, 다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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