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병상에서 후배들에게 남겨주신 ‘통합과 화합’의 당부를 기억한다”며 “정치가 분열과 갈등을 키우지 말고, 통합과 화합의 길을 찾는 게 대통령님에 대한 진정한 존경과 추모”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장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4주기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정치권에 이같이 호소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생전 민주화를 위해 숱한 희생과 헌신을 했던 점을 기억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지도자의 덕목을 오늘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김 전 대통령에게 배워야 할 덕목으로 신념과 용기, 결단 그리고 배려와 친화를 꼽았다.
이 총리는 “독재 권력이 무슨 짓을 해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말씀은 국민의 가슴 가슴에 민주화의 희망을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신념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4·19 묘소에 참배했고,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처음 인정하셨다”며 “다른 많은 업적도 그런 신념의 토양 위에서 싹트고 자랐다”고 덧붙였다.
남다른 용기를 가졌기에 살해 위협과 가택 연금, 의원직 제명 등을 겪고도 흔들리지 않았던 일도 회상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의 용기 있는 저항은 부마 민주항쟁의 불을 지폈고, 18년 유신독재를 무너뜨렸다”며 “대한민국이 서울의 봄을 잃었을 때, 대통령님은 목숨을 건 단식으로 민주화 세력을 하나로 묶었다”고 말했다.
“전폐엔 단호, 국민에겐 온화했다”
이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역사의 매듭 매듭을 결단으로 풀어내셨다”며 하나회 해체, 금융·부동산 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등 김 전 대통령 생전 업적을 기렸다.
또 이 총리는 “독재세력과 그들의 적폐에는 단호하셨지만, 국민과 이웃에게는 온화하셨다”고 김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이 총리는 “퇴임 후에도 비좁은 옛집에서 낡은 가구를 쓰셨고, 이웃들과 운동이나 식사를 함께하며 어울리셨다”며 소탈했던 면모를 추억했다.
이 총리는 “저희들은 대통령님을 흠모하지만, 대통령님을 닮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그래도 후배들에게 남긴 통합과 화합의 당부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생전 몸소 실천한 ‘통합과 화합’ 정신을 따를 것을 강조하면서 추모식을 함께 한 손명순 여사의 건강을 기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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