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측근의 연이은 낙마에 이어 이번엔 측근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은 대학 입시의 영어 과목 시험을 대체할 영어 민간시험과 관련해 구설에 휩싸이면서 결국 1일 이 시험의 도입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부성은 당초 영어 민간시험을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지만 2024년도를 목표로 새로운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어 민간 시험은 관련 협정을 체결한 6개 단체가 시행하는 7가지 시험 성적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제도다. 문부성은 내년 4∼12월에 최대 2차례 응시 기회를 주고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하면 지원 자격을 주거나 시험 성적에 따라 대학이 가점을 주는 등의 방식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시험장이 도시에 집중돼 있고 응시료가 비싸 거주 지역이나 학생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기회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기우다 문부상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지난달 말 한 방송에 출연해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여러 번 시험을 쳐서 워밍업을 하는 식의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신분에 맞게 두 번을 제대로 골라서 노력하면 된다”고 말해 구설에 휩싸였다. 그는 거듭 사죄하고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으나 사태는 수습되지 않았고 결국 시험 보류라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건으로 아베 정권은 한층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25일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이 금품제공 의혹으로 사임한 데 이어 31일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이 부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연달마 낙마했기 때문이다. 시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하기우다 문부상의 사임을 요구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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