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주말 시위가 31일에도 13주째 이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시위대 약 1,000여명이 이날 오전 홍콩의 한 체육공원에서 종교집회를 진행한 후 행진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도 참가자 수가 늘고 있다는 게 매체의 전언이다.
특히 이날은 홍콩 행정장관의 간선제를 결정한 지 5년이 되는 날이라 주목을 끌었다.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홍콩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행진하며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허가하지 않았다. AFP통신은 시위대가 이날 경찰의 집회금지 명령을 피하기 위해 규제가 덜한 종교집회 형태로 십자가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행진했다고 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모세 복장을 하고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십계명에 빗댄 ‘오계명’을 손에 들고 다니기도 했다.
일부는 도심의 대규모 쇼핑 여행을 내세우기도 했다. ‘우산혁명’의 상징적 인물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시민들에게 쇼핑을 가장한 시위 참여를 요청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는 30일 경찰에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날 집회를 ‘죄인들을 위한 기도’라고 칭하고 있다. 집회에선 십자가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진을 넣은 포스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성명을 내 “시위대에 도로 점령을 멈추고 다른 시민들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경고한다”면서 “모두가 당장 현장에서 떠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어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에서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집회라고 하더라도 30명 이상이 행진할 경우 경찰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찰관이 시위대를 향해 불법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노란 깃발’을 펼쳐 든 모습이 목격되기도 하는 등 긴장이 이어졌다.
아직 시위대가 화염병·벽돌을 던지고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제해산에 나서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은 걸로 알려졌다. 경찰은 민간인권전선이 애초 계획했던 행진의 종착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물대포를 준비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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