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천재 의사 차요한이었다면 캐릭터를 맡을 이유가 없었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픔을 환자를 위한 노력으로 승화하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5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열린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 기자간담회에서 지성(42)은 차요한 역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연차가 있는 만큼 단순히 멋진 캐릭터보다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인물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며 “드라마가 존엄사에 대해 다루는 만큼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간담회에는 조수원(52) 감독, 지성, 이세영(26), 이규형(35)이 참석했다.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은 환자의 생사를 넘어 아픔을 경감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에서 지성과 이세형, 이규형은 각각 선천성 무통각증(CIPA)을 앓는 천재 의사,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 2년 차, 존엄사에 반대하는 검사 역을 연기했다.
지성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역에 진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버지 투병 생활을 회고했다. 그는 “최근 아버지 심장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당시 수술 사망률이 80%를 넘는 상황이었다”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느낀 감정을 캐릭터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규형은 ‘차요한 환자 안락사 사건’을 맡은 손석기 검사에 대해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주인공을 괴롭히는 단조로운 인물이 된다”며 “손석기는 법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원칙주의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손 검사의 논리와 신념도 사회에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를 위해 그는 “팽팽하게 맞설 수 있는 논리 지점을 찾아 자료를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레지던트이자 연명 치료 환자의 딸 강시영을 연기한 이세영은 “시영은 좋은 의사에 대한 신념을 스스로 세워가는 인물”이라며 “초반에는 최요한 의사와 갈등하지만, 점차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사를 그만두려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계기에 집중해 캐릭터를 풀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감독은 한일갈등이 심화되며 일본 소설 ‘신의 손’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 대해 “김지운 작가가 2014년부터 존엄사를 이야기하고 싶어 준비한 작품”이라며 “원작료는 전체 제작비의 0.8%밖에 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작품인 만큼 정치 상황에 따라 의미가 훼손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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