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과 집권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21일 승리를 거두면서 아베 내각의 대한(對韓) 강경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참의원선거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일본 정부는 선거 승리를 명분 삼아 한국 때리기에 더 열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 이후 일본의 첫 도발은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될 확률이 높다. 앞서 아베 내각의 주요 인사들이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약속하며 지지층을 결집한 만큼 일반이사회를 전후해 한국에 대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한일관계를 가름할 중대 고비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아베 내각이 예고한 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목록)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한일 간 대화의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맞대응할 카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철회를 검토 중인 만큼 양국 갈등은 경제를 넘어 안보영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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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서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미국 조야에서 높아지고 있지만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 개정(일본의 전력보유 및 교전권 금지)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는 만큼 개헌 현실화를 위해 한일 간 긴장관계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개헌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 모두 3분의2가 넘는 찬성이 있어야 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한일 갈등이 악화할수록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한 평화헌법 개정 여론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아베 내각은 26~30일 최종 결정을 한 뒤 이달 말이나 다음달 1일 이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한국 정부는 당장 다음달 중순부터 일본에서 전략물자를 들여오기 위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첨단소재·전자·통신·센서 등 1,100여개에 이르는 품목이 전략물자로 거론되는 만큼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예측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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