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장마 예보가 완전히 빗나갔다.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불규칙적으로 상륙해 예측이 어려워졌다며 장마 예보를 거듭 수정해 신뢰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5일 청주 오창의 한낮 수은주가 36.2도까지 치솟고 서울·경기·강원영서·충청·경북내륙에는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엄습했다. 서울과 경기·강원 일부 지역은 35도 안팎을 기록해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특히 주말에는 기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온열질환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경보가 발령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체계에 돌입했으며 무더위 쉼터를 비롯해 119폭염구급대 조기가동 등에 나섰다. 이날 경기도 화성의 한 재활용품 야적장에서는 뜨거운 날씨에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당초 이달 초순에는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라진 장마’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미 장마철이 지난달 말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달 29일에는 광주·전남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고 도로와 집 마당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서울 등 중부지방에 장맛비다운 비가 안 내리고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것은 잠시 찾아왔던 장마전선이 일본 부근으로 내려가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북서쪽의 선선한 공기가 내려오고 오호츠크발 고기압의 영향을 길게 받아 당분간 장마전선이 북상하기 어려운 조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최초 예보가 틀린 후 단기예보를 수정하고 있어 예보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기상청은 우선 지난달 28일 “장마전선이 대한해협에서 일본열도에 위치하면서 우리나라는 점차 그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7월6~7일께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그저께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다시 “6~7일보다 사흘 정도 늦어진 오는 9~10일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수정을 했다. 장마철마다 통상 열흘 중 4~6일 정도는 실제 비가 내리지 않고 습도만 오르지만 올해처럼 폭염경보까지 내려지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빗나간 장마 예보에 대해 기상청은 “기후변화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장마전선이 제주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서서히 북상해 전국에 비가 내리는 기간이 비교적 규칙적이었는데 기후변화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얼음이 녹아 대륙에 고기압이 넘어가는 등 변수가 늘어나면서 날씨 예측에 장애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장마일수 및 장마기간 중 실제 강수일수를 각각 살펴보면 지난해 16일·12일, 2017년 29일·19일, 2016년 37일·18일 등이다.
장마 예보가 빗나가면서 ‘마른장마’에 대비를 하지 못해 저수지가 말라가는 등 가뭄 피해도 우려된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3월 93%에 달했던 도내 지자체 및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338개)의 평균 저수율은 이날 현재 45%까지 떨어졌다. 이는 평년 저수율인 57%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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