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해외 협력사들에 중국 생산량의 일부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산 아이폰이 추가 관세 리스트에 오르면서 애플도 ‘차이나 엑소더스’에 가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생산량의 약 15~30%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부품 공급사들에 생산의 15~30%를 중국에서 동남아 등으로 옮겼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대상 협력사에는 아이폰의 최대 위탁 생산기업인 대만 폭스콘 등이 포함됐다.
한 소식통은 이전 후보지로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인도도 포함돼 있으며 이 중 인도와 베트남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최적지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지만 애플은 중국 생산 및 투자를 이어가며 저항했다. 애플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고 중국 내 반미 감정이 거세져 자칫 불매 운동에 시달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추가 관세 위협을 할 때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애플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며 백악관에 관세 면제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해를 넘기며 장기화하자 애플이 생산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3,250억달러 규모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리스트에 아이폰이 포함되면서 애플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애플이 지난해 말 약 30명의 분석팀을 꾸려 부품 공급업체들과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며 이전 후보지의 인센티브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류양웨이 폭스콘 반도체 부문 대표는 최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애플이 생산라인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한다면 폭스콘은 애플의 이런 요구에 완전히 대처할 능력이 있다”면서 생산 이전에 동참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을 띠면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구글이 하드웨어 생산 일부를 중국에서 대만으로 이전한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닌텐도· 샤프도 각각 게임기와 복합기 생산 일부를 동남아로 옮긴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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