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수입에 비해 지출 규모가 컸던 정부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예상된 결과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혈세 투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반면 올 들어 국세 수입은 109조4,000억원으로 5,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수입이 감소하면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청년수당 같은 단발성 지원도 모자라 전국 곳곳에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세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적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연간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이 1998년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금이 과연 그런 위기상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경기가 어려운 만큼 재정수지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인기에 영합하는 ‘현금살포형’ 재정정책으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추가경정예산만 해도 실업급여나 문화시설 할인 등 선심성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여권에서는 내년에 ‘초슈퍼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을 앞두고 어떤 선심성 정책이 쏟아질지 마음을 졸여야 할 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국가채무 증가율이 문제라며 재정지출 효율화를 통해 유사시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작금의 성장률 둔화와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할 때 무리한 확장재정은 결국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 건전성이야말로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을 갖고 무분별한 재정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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