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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인력 지키기 나선 日...인재육성 부처회의 신설

예산 투입 등 지원방안 마련

인재이탈 뒷짐 진 韓과 대조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 폭발사고로 위축된 원전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일본이 정부 차원의 인재육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17년 6월 ‘탈(脫)원전 선언’ 이후 업계와 학계에서 이어지는 인재 이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8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내외에서 일본 기업의 원전 신증설 사업이 원활하지 않아 원전산업이 쇠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재육성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산학 관계자가 정기적으로 원전업계와 관계자·전문가 등을 만나 원자력 인재육성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회의체인 ‘관계부처 합동회의(가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계 원전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한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신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산케이는 “그동안 일본의 원자력 인재육성은 중공업체나 전력회사 등 민간 중심이었다”며 “일본 정부는 새 회의체 가동을 계기로 예산 등을 투입해 원자력 인재 키우기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원전산업은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쓰나미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수소폭발사고가 일어나면서 크게 위축됐다. 이후 일본 내 36기 원전 가운데 강화된 안전기준을 통과해 재가동에 들어간 원전은 현재 9기다. 해외시장으로의 원전 수출도 도시바와 히타치제작소 등 대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 사업확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내몰렸다. 우수인력 이탈도 빠르게 진행됐다. 1990년대 초 2,000명 선이던 원자력 관련 학과 학생 수는 현재 750명 정도로 줄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크게 위축된 원전산업과 인력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야심 찬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원전산업은 탈원전을 선언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크게 악화된 상태다. 원자력학과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급감하고 원전 공기업 퇴직이 줄을 잇고 있다. 전국 18개 대학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학생은 2016년 39명에서 지난해 56명으로 늘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매년 20여명이 원자력학과를 선택했지만 2017년에는 5명, 지난해에는 4명만 선택했다”며 “원자력학과를 택한 학생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원전은 앞으로도 필요하고 반드시 다시 사용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유·허진기자 세종=강광우기자 0301@sedaily.com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의 영향으로 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현재 폐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日 ‘기술력 키워 원전 주도권’ 의지...韓, 탈원전에 진학포기·줄퇴직까지

[원전인력 육성 나선 日]

중국등 후발주자 추격 만만찮고

러와 원전경쟁서 기술우위 확보

정부차원서 인력투자·지원 확대

韓 인재·기술자 이탈 시달리지만

원전 건설보다 해체 산업에 주목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될 수도”

일본 정부가 원전 인력 확보에 나선 이유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 수주 침체까지 겹쳐 원전 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원전 기업들이 해외 수주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자 젊은이들은 관련 기업 취업을 꺼리고 있다. 히타치는 2012년 인수한 영국 원전 회사 ‘호라이즌 뉴클리어 파워’를 통해 영국 중부 앵글시 섬에 원전 2기를 신설하기로 했지만 정부 간, 참여 기업 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올 1월 계획을 접었다. 도시바도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 매각으로 6,000억엔 이상의 손실을 보며 경영위기에 몰렸고, 미쓰비시 중공업도 터키에서 추진하던 원전 건설을 포기하며 사업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대지진에 최근 해외 원전 수주에도 잇따라 실패하면서 최근 원전 일자리 원전 관련 취업 설명회 참가자 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비교해 4분의 1 정도까지 급감했다. 히가시하라 도시야키 히타치 사장은 산케이에 “원전 설계, 건설과 관련된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러시아 등 원전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원전 비중을 20~22%로 늘리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 산업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원전 후발국 중에는 중국의 기세가 만만찮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러시아 순방기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하면서 여기에 원전을 포함시켰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원전 개발운영업체 핵공업집단공사(CNNC)와 원전 건설업체 핵공업건설집단(CNECC)을 합병하며 ‘원전 굴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탈원전 선언을 한 지 2년 만에 학계와 업계의 인력 이탈이 심각한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미래의 꿈나무들이 원자력계를 외면하고 있다. 카이스트의 경우 단일학부로 신입생을 뽑은 뒤 2학년에 학과를 선택하는 데, 지난해 2학기에는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로 따져도 4명에 불과했다. 재작년에는 5명이었다. 이전에 20여명 수준이 지원했던 것에 비하면 원자력과 기피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지난해 영남대는 기계공학부 내 원자력 연계 전공이 폐지되기도 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최근 원자력 관련 학과가 있는 전국 18개 대학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업을 중도 포기한 학생은 2016년 39명에서 지난해 56명으로 증가했다. 서울대에서만 지난해 8명이 학업을 포기했다. 이들의 취업률도 떨어졌다. 서울대 원자력 전공자 취업률은 2017년 51.7%에서 지난해 32.2%로 떨어졌다. 한양대·경희대·제주대 취업률도 10~ 18%포인트 하락했다.

고급 인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부산대와 세종대는 원자력시스템 전공 등의 박사과정 지원자를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 또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텍 등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의 지난해 원자력·기계공학 등 관련 학과 지원·등록 인원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지원·등록 인원 모두 전년도에 비해 줄었다. UNIST의 경우 지원·등록 인원은 각각 122명, 58명으로 전년 대비 8.3%, 12.1% 줄었다. GIST는 지원·등록 인원은 각각 134명, 47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5.7%, 2.1% 감소했다.



업계의 인력 이탈도 심각한 수준이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KPS 등 원전 공기업 3사의 자발적 퇴직자(정년퇴직 등 제외)는 지난 2015년 78명에서 2017년 121명, 2018년 144명으로 증가했다. 2017~2018년 한수원과 한전기술 퇴직자 중 최소 14명은 UAE 원전 관련 업체로 이직했다. 원전 핵심 기자재를 제조하는 민간기업 두산중공업도 2017~2018년 원전 인력 8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500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시장보다 20조원 규모의 원전 해체시장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정부의 정책 변화 없이는 한국 원전 산업도 일본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최근 원전 건설을 직접 하지 않거나 계획이 늦춰지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원전 건설을 지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선진국이라도 건설을 하지 않으면 기술력이 없어진다는 의미이고, 한국도 일본처럼 뒤늦게 나서지 말고 이미 계획돼 있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은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광우·김창영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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