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최초로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 1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하는 두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주세페 콘테 총리는 두 정당이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콘테 총리는 로마 총리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정당 지도자들이 연정 합의를 준수하면서 일할 생각이 있는지 이야기해달라”면서 “이런 호소가 무시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테 총리의 호소에도 두 정당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연정은 붕괴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다음달 하순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9월 조기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콘테 총리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이 갈수록 격한 내분으로 휘말리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지지기반과 철학이 모두 다른 두 정당은 지난 1년 동안 난민정책, 대형 토목공사, 세금 인하 등 핵심 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끊임없이 반목해왔다. 여기에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동맹이 34%의 득표율을 확보한 반면 오성운동은 17%에 그치며 지지도에서 격차를 보이자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 공공부채 증가를 문제 삼는 점도 이탈리아 국정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과도한 공공부채 증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가운데 5일 EU 집행위의 재정평가에서 이탈리아가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을 경우 연정 내 혼선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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