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람끼리 공유하는 험담과 하소연은 수다의 조미료다. 그러나 그 함량이 높으면 속이 부대낀다. 돌아보면 타인에 관한 험담을 너무 많이 늘어놓는 사람은 결국 다른 데 가서 나도 욕하더라. 또 늘 태산처럼 억울한 일이 많아 제 할 말만 한 보따리 풀고 일어서는 사람은, 정작 내가 하소연하고 싶을 때는 곁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살아갈수록 험담과 하소연을 꾹꾹 눌러 담았다가 압력밥솥 증기처럼 터뜨리는 사람보다 상처도, 원망도 조심스럽고 묵직한 사람이 좋다. 하소연은 인생을 신파극으로 만들고, 험담은 선악구도가 분명해 신나지만 금세 잊히고 마는 조악한 할리우드 영화의 등장인물로 우리 모두를 끌어내리는 것 같다.
그래도 하릴없이 험담과 하소연을 고봉밥처럼 먹고 토하고 돌아온 밤이면 나는 ‘논어’를 읽는다. 임자헌 번역의 ‘논어’는 ‘공자 왈’ ‘군자’ 따위의 옛말을 걷어낸 혁신적인 논어 완역본이다. 말을 한마디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싫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타인에게 말하며 살아야 했던 이 쓸쓸하고 수굿한 할아버지에게 기대어 부대끼는 속을 비운다. ‘논어’에서 거창한 군자의 도를 빼고 ‘생활인의 마음사전’으로 번역해낸 이 책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논어’를 완독하고 거듭 읽었다. 공자 할아버지 말씀은 구구절절 우리네 사는 이야기였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