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등 주변인들에게 위해를 가할 경우 경찰관이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이나 권총 같은 장구를 적극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 각종 사건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소극 또는 과잉 대응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존 경찰관들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장구 사용 기준을 운용해왔지만 기준이 모호한데다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본지 3월16일자 21면 참조
새로 마련된 물리력 행사 기준은 현장 경찰관의 대응 수준을 대상자의 저항 정도에 따라 세분화했다. 대상자의 저항 수준을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5단계로 구분하고 이에 상응하는 경찰관의 물리력 대응 수준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경찰의 물리력은 언어적 통제부터 경찰봉·가스총·전자충격기·권총 등으로 구분해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현장 대응방식을 두고 논란이 된 사건에 물리력 행사 기준을 적용하면 ‘대림동 여경’ 사건의 경우 경찰봉 가격부터 테이저건까지 사용할 수 있다. 또 올해 1월 발생한 ‘암사동 흉기난동’ 사건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언어적 통제부터 권총 사용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물리력 행사 기준은 경찰청 예규로 발령될 예정이며 6개월간의 교육훈련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물리력 행사 기준은 경찰관이 대상자의 위해 수준을 계속 평가·판단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대상자 행위와 물리력 간 상응의 원칙’과 보다 덜 위험한 물리력을 우선적으로 사용해 안전하게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위해 감소 노력 우선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리력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의미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전국 경찰관이 통일된 기준으로 물리력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경찰 물리력 행사의 균질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장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법 집행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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