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이 건설현장 식당인 ‘함바’ 업계 브로커 유상봉(73)씨를 검찰에 무고죄로 고소했다. 유씨가 “원 청장에게 돈을 줬다”며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자 곧장 대응에 나선 것이다.
22일 원 청장은 유씨에 대해 무고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원 청장은 “사건의 실체가 신속하게 가려져 더이상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유씨는 ‘원 서울청장이 서울 시내 한 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4월 해당 진정서를 접수해 내사 중이다.
내사 진행 사실이 알려지자 원 서울청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그는 지난 21일 오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여러모로 민감한 시기에 다른 오해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입장을 간략히 말씀드린다”며 “금품수수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무고죄로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씨는 지난 2010년 이른바 ‘함바비리’ 사건에서 유력 인사들에게 함바 사업 수주나 민원 해결을 청탁하면서 뒷돈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유씨로부터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발하는 검찰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감룡 경찰청장은 21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공개되는 게 적절했는지는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유씨가 교도소에 계신 것으로 아는데 거기서 공개했나”며 우회적으로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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