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지 왜 잡아다 줍니까. 현금 복지, 저는 반대입니다.”
성장현(사진) 서울 용산구청장이 중구의 ‘어르신 공로수당’으로 촉발된 현금복지 논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성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용산구청장만 총 4선을 했으며 현재 시군구청장협의회장까지 맡고 있어 ‘구청장 원로’로 꼽힌다.
성 구청장은 23일 본지와 만나 “일을 못 하고 몸을 못 움직이는 사람에게 주는 현금복지는 이해하지만 멀쩡하게 일할 수 있는데 돈을 무작정 주는 것은 문제”라며 “원칙적으로 현금복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용산구와 인접한 중구는 지난 2월부터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에게 매월 10만원을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는 어르신에게 10만원을 더 주는 것이 ‘중복행정’이라는 비판에도 중구는 정책을 강행했으며 이는 ‘현금 살포식 복지정책이 맞느냐’는 현금복지 논란으로 이어졌다.
성 구청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사람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똑같이 잘살면 공평하지 못한 것”이라며 “노동이 고통스럽고 힘든 측면도 있지만 땀을 흘린 뒤의 기쁨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간 구청장을 지낸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 수장이 중앙정부·지방정부의 정책이 근로를 장려하는 방향이 아닌 ‘현금 살포’식으로 가면 곤란하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용산구는 올해 40억원을 시작으로 오는 2022년까지 총 100억원을 조성해 청년창업가들에게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청년일자리기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 구청장은 “청년들은 창업 경험이 일천해 담보능력이 없기 때문에 생각한 것”이라며 “상환되지 않아 돈을 날리더라도 ‘물고기 잡는 연습’을 시켰으니 현금을 나눠주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성 구청장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일부 구청의 선심성 현금복지사업이 곳간이 넉넉하지 못한 다른 자치구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구의 재정자립도는 63.3%로 1위인 강남구 바로 밑이며 서초구 수준과 같다. 25개 자치구 중 공동 2위다. 면적이 작은 서울의 특성상 한 자치구가 현금복지정책을 꺼내면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성동·용산 등 다른 자치구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 구청장은 “특정 자치구가 지급능력이 좋다고 해서 다른 곳이야 그러든 말든 복지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문제”라며 “다른 데가 죽든 살든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보류한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에 대해서도 구도심 지역인 용산구의 특성상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성 구청장은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내리는 것이지 누르고 (개발을) 안 해버리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개발계획 결정권이 서울시에 있는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만 개발 압력이 높은 지역에서는 조속히 사업이 추진되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성 구청장은 “규제를 해서 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며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시장이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폭등한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해서도 “집 한 채 갖고 사는 사람이 투기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세금을 올려버리면 감당이 되겠느냐”며 “과세권자인 구청장에게 협상권을 주면 좋을 텐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변재현·박윤선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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