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를 피보험자로 계약한 상해보험도 유효한 계약이므로 분만 중 일어난 상해 사고에 대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대해상(001450)화재보험이 임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임씨는 임신 중이던 지난 2011년 8월 현대해상과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무배당하이라이프 굿앤굿어린이CI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1월 병원 분만과정에서 아이는 뇌 손상으로 양쪽 시력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상실했다. 현대해상은 신생아 특약 등에 따라 A씨에게 1,031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임씨는 보통약관 등에 따라 1억2,200만원의 보험금을 달라고 청구했다. 현대해상은 이에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현대해상 측은 “사람은 출생 시부터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분만 중인 태아의 경우에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가 입은 상해는 의료행위 중 발생한 것이라서 ‘우연한 사고’로 인한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1·2심은 “현대해상이 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가 태아 상태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데다 계약 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계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현대해상의 패소를 결정했다. 우연한 사고 여부에 대해서도 “보호자들이 분만을 위한 의료적 처치에 동의했을 뿐 영구적인 시각장해 상태까지 동의했거나 예견한 건 아니었다”며 현대해상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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