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년 5월 비잔티움제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입성한 오스만제국의 메흐메트 2세는 말을 탄 채 성소피아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를 따라온 이슬람 종교 지도자는 “알라 이외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으며 마호메트는 신의 사도”라고 외쳤다. 동방 기독교의 상징이었던 성소피아성당이 파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메흐메트 2세는 예상을 깨고 성소피아성당을 파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아름답게 만들겠노라고 천명했다. 다만 성당의 인물 모자이크와 벽화는 석회로 덧칠되고 외부에는 4개의 미너렛(첨탑)이 세워졌다.
성소피아성당은 6세기 비잔틴제국 시대에 세워져 황제 대관식 등 중요한 정치적·종교적 의례가 거행된 곳이다. 콘스탄티누스 대제 시절부터 공사에 들어갔지만 잇따른 대지진과 화재로 파괴되는 바람에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재위기간에야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성당을 완성하고 ‘오,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를 이겼노라’며 감격했다고 한다. ‘소피아(sophia)’란 하느님의 말씀이나 지혜를 가리키는 말이며 성소피아는 터키어로 아야소피아, 그리스어로 하기아소피아로 불리기도 한다.
성소피아성당은 현존하는 최고의 비잔틴 건축물이자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릴 만큼 독특한 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높이 56m, 지름 32m의 대형 돔 모양의 지붕은 당시 내로라하는 수학자와 건축가들의 피땀 어린 합작품이었다. 성당 1층에는 어느 방향에서도 메카를 정확하게 가리키는 미흐라브와 술탄의 자리가 놓여 있지만 다른 편에는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마리아의 성화도 걸려 있다. 1935년 터키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박물관으로 개조한 뒤 일체의 종교 행위를 금지한 조치를 내린 덕택에 두 문명의 공존이 가능해진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성소피아성당을 다시 모스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는 소식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슬람주의를 부추겨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얼마 전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 테러를 가한 범인이 “성소피아의 미너렛이 없어지고 콘스탄티노플이 정당하게 다시 기독교의 것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데 따른 맞대응이기도 하다. 공존과 화해의 상징물인 성소피아성당이 또다시 인간의 탐욕과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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