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 수가 올 1월에 이어 2월에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지방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현 정부 들어 두 배 이상 증가한 데다 회생 신청 건수까지 앞지른 것으로 조사돼 최저임금 인상과 제조업 추락에 따른 충격이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2월 서울회생법원과 전국 13개 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인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총 71곳으로 기록됐다.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파산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된 2006년 이후 2월 기준 최대치다. 특히 전고점이었던 지난해 2월(64건)보다도 10.9%(7건)나 더 늘었고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2월(38건)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더욱이 올 2월이 윤달도 아니었던 데다 설 연휴까지 껴 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산 신청 기록은 최악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 1월에도 총 63건으로 집계돼 1월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17년과 2018년(60건)을 뛰어넘었다. 2월 들어서는 최고치 경신은 물론 전고점과의 격차도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법인 파산 건수도 사상 최고점에 도달했던 지난해(807건) 수준을 넘어 연간 1,000건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법원 파산부 문을 두드리는 기업은 1월에 이어 2월에도 지방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 2017년 2월 20건, 2018년 2월 37건을 거쳐 올 2월엔 34건만 기록했지만 그 외 지역에선 2017년 18건, 2018년 27건, 올 2월 37건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2월 기준으로 지방 기업 파산 신청이 서울을 넘어선 것도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울산지방법원과 전주지방법원에 각각 5곳, 2곳의 기업이 파산을 신청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울산지법과 전주지법은 2월 기준으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을 통틀어 파산 기업이 총 4개, 1개씩 밖에 나오지 않은 곳이다. 지난 한 달 수치만으로 6년 분을 단숨에 뛰어넘은 셈이다. 두 법원은 현대차·한국GM 등 자동차 산업이 주력인 지역을 관할하는 공통점이 있다.
반대로 일정 수준 빚을 탕감해 달라는 기업회생 신청 건수는 총 62건을 기록해 2011년 2월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82건)은 물론 2월 파산 신청 건수(71건)보다도 적은 수치다. 서울(28건)의 경우 2017년과 2018년(27건)에 비해 오히려 1건이 더 늘었지만 지방(34건)에선 2017년(42건), 2018년(44건)보다 10건 가까이 줄었다. 지방의 파산 신청 건수(37건)가 회생 신청(34건)을 앞선 것도 통계 작성 초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이다. 재기의 기회조차 포기하고 아예 사업을 접는 지방 기업이 그만큼 속출한다는 증거다. 2월 전체 파산 신청 건수(71건)가 회생 신청(62건)을 추월한 것도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산업·법조계는 지방을 중심으로 경기 악화 조짐이 확산되는 만큼 국내 중소기업들의 도산 증가세는 점점 더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법원 관계자는 “정부와 언론이 서울회생법원 통계를 중심으로 기업 도산 현황을 파악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 지방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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