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몰카 설치해 해외로 생중계한 일당 검거

1mm 초소형 카메라 들여와

전국 모텔 객실 42곳에 설치

해외사이트에서 유료 생중계

사생활노출 피해자 1,600여명

▲ ‘지피지기’ 몰카에 대한 모든 것 (영상보기) ▲

/자료=경찰청

숙박업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투숙객들의 성관계 장면 등을 몰래 촬영해 해외사이트에서 생중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에서 실시간 촬영영상을 해외사이트로 생중계하다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박모(50)씨와 공범 김모(48)씨 등 4명을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이용촬영 및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 등 혐의로 검거해 이 가운데 박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 등은 2018년 11월24일부터 올해 3월3일까지 부산, 대구 등 영남·충청지역 숙박업소 객실 42곳에 불법 무선 IP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들을 불법 촬영하고, 해당 영상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생중계해 7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음란물사이트와 웹하드 운영자로 만난 박씨와 김씨는 해외에서 숙박업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음란물을 유통하는 사이트를 보고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전국 모텔을 돌며 객실 내 TV 셋탑박스 안이나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초소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객실에 설치된 카메라는 투숙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해외 서버를 거쳐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해외사이트에 국내 숙박업소를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이 올라와 있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촬영한 영상은 총 803개로 피해자만 1,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등은 이렇게 촬영된 불법 촬영물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해외 음란물사이트를 통해 1인당 월 44.95달러(5만원 상당)를 받고 판매했다. 해당 사이트는 국내외 회원 수만 총 4,099명으로 이 가운데 97명이 추가로 돈을 내고 편집된 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수사에는 경찰이 개발한 무선 IP 카메라 탐지기법이 활용됐다. 몰래카메라의 고유번호와 몰래카메라가 작동할 때 발산하는 무선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다. 경찰은 숙박업소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새로 개발한 탐지장비로 헤어드라이어 거치대와 콘센트에 몰래카메라가 추가로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해외쇼핑몰 구매 대행업자를 통해 중국에서 들여온 몰래카메라는 직경 1㎜짜리 초소형 카메라로 눈에 띄지 않아 피해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 같고 경찰은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서울지역 숙박업소 여러 곳에 불법 IP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지만 이를 해외사이트에서 생중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촬영물이 유포되기 시작한 초기 피의자들을 검거해 다른 지역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며 “숙박업소 관계자는 물론 투숙객들도 몰래카메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성욱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