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금리 인하 발언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예상치를 밑도는 지난 1~2월 산업생산과 실업률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이 기간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5.3%를 기록해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2월 도시 실업률도 5.3%로 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 악화라는 최악의 악재 속에서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치른 중국 지도부가 전인대 폐막 하루 전 부진한 산업생산에 더해 사회안정과 직결되는 실업률마저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자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 황급히 금리 인하 카드를 내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리 총리는 앞서 5일 전인대 개막 당시 정부업무보고에서도 “금리 자율화 개혁을 심화하고 실제 금리 수준을 낮춰야 한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며 보다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다만 리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앞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인민은행의 입장과 상충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10일 양회 기간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행의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경쟁촉진과 금융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리 총리도 경기 하방압력을 극복하기 위해 당장은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보다 감세 등 내수시장의 활력을 이끌어내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시장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하방 압력에 맞서야 한다”면서 “중국은 이를 위해 세금과 비용 인하, 정책 간소화, 새 동력 창출, 시장진입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나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효과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당장 다음달부터 제조업 부가가치세를 낮추고 5월부터는 사회보장비를 내릴 예정이다. 리 총리는 “부가가치세와 사회보험비 인하로 2조위안(약 340조원) 가까운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는 이날 전인대의 외상투자법(외국인투자법) 제정안 표결 통과를 마지막으로 폐막했다. 양회의 다른 행사인 정협은 13일 먼저 폐회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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