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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유태오,“ ‘레토’는 도전 그 자체...청춘의 한 페이지”

2000대1 경쟁률 뚫고 칸의 신데렐라로

“‘레토’는 커리어의 또 다른 시작이 될 작품”

“제가 자라온 환경과 빅토르 최의 환경이 비슷했다는 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내년 1월 3일 개봉을 앞둔 거장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신작 ‘레토’는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유태오의 빛나는 열연이 더해져 일찌감치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은 화제작이다.

유태오는 독일 쾰른에 정착한 광부와 간호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뉴욕과 런던에서 연기를 공부한 뒤 배우로 활동했다. 그는 빅토르 최에게서 자신이 느꼈던 우울함과 공허함을 봤다고 했다.

배우 유태오 /사진=양문숙 기자




전설적인 밴드 KINO의 리더이자 러시아 음악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아이콘 ‘빅토르 최’는 레닌그라드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러시아인으로, 밴드 결성 후 발표한 ‘혈액형’으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당대 최고의 러시아 록가수이다.

펑크록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는 그의 음악은 러시아 특유의 우울한 감수성과 아름다운 선율은 물론 반전과 자유, 저항을 외치는 가사들이 특징으로 이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강렬했던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며 단순한 스타 그 이상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어렸을 때부터 정체성의 혼란, 나의 뿌리에 대한 질문, 삶에 대한 우울과 외로움 등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레토’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빅토르 최의 멜랑콜리함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게 운 좋게 이어진 것 같아요.”

유태오는 스스로를 “15년간 무명배우였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영화 ‘여배우들’(2009)로 데뷔한 이래 ‘자칼이 온다’(2012),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2015) 외에도 할리우드 영화 ‘이퀄스’(2015), ‘서울 서칭’(2017) 등에 출연하며 기본을 다졌다.

무려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로 선택된 유태오는 직접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찍은 오디션 영상을 제작해서 보낸 뒤, 모스크바에서 진행되는 오디션 콜을 받고 달려갔다고 했다. 빅토르 최의 영혼을 지닌 20대 초반의 한인 배우는 그렇게 탄생했다.

“‘버저비터’라는 농구 예능에 출연하며 살이 엄청 빠졌을 때였어요. ‘레토’ 주역 배우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2주 쯤 지났을 때, 거울을 보는데 얼핏 그 느낌이 난다 싶었어요. 그래서 셀카를 찍어 보냈어요. 이어 기타치는 모습이 보고 싶다기에 기타를 치는 모습도 찍어 보냈는데, 다음 주에 모스크바로 오디션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행운은 그렇게 준비된 자에게 찾아왔다. 하지만 준비한 시간은 고작 3주였다. 러시아어 대사를 마스터해야했고, 더빙이지만 9곡의 노래를 마스터해야 했다. 그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당찬 모습도 보였다.

배우 유태오 /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유태오 /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유태오 /사진=양문숙 기자


“도와주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스피치 코치가 같이 붙어서 제스처 무브먼트를 도와주고, 러시아 행위예술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3주간의 시간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획표를 세웠고, 문장을 또 단어를 통째로 하나씩 외웠어요. 전 감독님이 그리고 계획안 작품 안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 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음악도 배우고 몸 관리도 하면서 운동도 했어요. 필요한 것들을 체화시키면서 감독님을 믿었어요.”

영화 속에는 스승의 연인 나타샤와의 우정과 사랑 역시 그려진다. 유태오는 “나타샤가 촬영장에 직접 오셔서 최의 솔(soul)이 느껴진다“고 한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나타샤를 만나고 반가운 마음에 포옹을 했어요. 그런데 저에게 최의 솔(soul)이 느껴지신대요. 이어 헤어질 때 ‘당신의 눈빛 안에 그 사람의 영혼이 느껴진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뭉클했고 따뜻했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레토’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만장일치 호평을 얻은 것에 이어 국내에서 역시 유수 언론의 극찬이 쏟아지며 명실상부 새해 첫 아트버스터의 탄생을 알렸다. 유태오 역시 칸 영화제 참석한 배우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해외 영화에서 한국 배우가 중심이 돼, 그것도 해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까지 간 게 처음이잖아요. 자부심과 동시에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 정말 고마운 작품입니다. 칸 영화제 땐 설렘이 있었다면 지금은 국내 개봉이 더 긴장이 되네요. ”

‘레토‘ 이후 유태오의 24시간은 바빠졌다. 유태오는 올해 드라마 ‘배가본드’와 ‘아스달 연대기’에 출연을 연이어 확정한 것은 물론, 전계수 감독의 신작 영화 ‘버티고’에 주연을 꿰찼다. 현재 영화 ‘버티고’ 촬영에 한창이며 내년 1월 ‘레토’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한국 무대에서 그를 더 자주 많이 보게 될 전망이다.

“‘레토’는 제 배우 인생에 정말 고마운 작품이죠. 일단은 현실적으로 봤을 땐 세계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어요. 그 동안에 해 왔던 경험과 준비해왔던 15년을 돌아볼 수 있게 했어요. ‘이제부터 일을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요. ”

“저는 15년 동안 무명 배우의 길을 밟고 있었잖아요. 이젠 ‘고생 끝이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그 이후에 또 다른 고생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고민들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즐겁게 제 커리어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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