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사칭하고 공무원에게 e메일을 보내 대북정책 정보를 빼내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 사건 이후 보안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청와대 스스로 이 같은 일이 자주 있다고 밝혀 알려지지 않은 정보 유출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보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윤 실장을 사칭해 부처에 e메일을 보내 대북정책 정보를 보고하라는 시도가 있었고 청와대 공식 메일이 아닌 개인 메일로 온 점을 이상하게 여긴 공무원이 확인을 요청해 사칭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청와대 내 전산 정보 책임자에게 신고했다. 청와대는 IP를 추적했고 결국 해외에 서버를 둔 것으로 밝혀져 더 이상 추적은 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추적을 해보니 범인이 보낸 e메일은 해당 공무원 한 명에게만 보냈다”며 “사건 직후인 올봄에 주요 비서관급 사용 메일, 개인 메일 해킹 여부를 전수점검·확인했고 개인의 동의를 얻어 보안인증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나름의 청와대 차원의 조처를 취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김 대변인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직원들에 대한 해킹 시도가 적지 않게 있었다. 안보실을 사칭한 메일을 보내 개인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만든 후 그 비밀번호로 개인의 e메일을 해킹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알려지지 않은 유출 건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김 대변인은 최근 청와대 직원의 비위행위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그래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으며 28일에는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 파견 나온 검찰 직원이 경찰을 상대로 지인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상황을 물었다가 적발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임 실장은 26일 전 직원에게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고 쇄신을 주문한 바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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