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연장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발맞춰 내년부터 공연 시작 시각을 오후 8시에서 30분가량 앞당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29일 공연계에 따르면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는 최근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 희망 시작 시각을 묻는 문항 등이 포함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간 평일 공연 대부분은 퇴근 시간을 고려해 오후 8시에 시작했지만, 직장인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공연 시작 시각도 재조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예술의전당이 지난 14~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객 644명을 대상으로 ‘원하는 클래식 공연 시작 희망 시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0%가 ‘7시 30분’을 선택했다. 기존 ‘8시’를 택한 응답자가 42%, 기타 의견은 8%였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공연마다 협의를 거쳐 공연 시작 시각을 변경할 수 있긴 하나, 대관 규약상 평일 공연 시작 시각은 오후 8시”라며 “관객 수요 및 기획사 의견을 고려해 시작 시각에 유연성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아트센터 역시 지난 15일부터 진행 중인 관객 설문에서 ‘평일 공연을 관람하기 가장 좋은 시간’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퇴근 시간이 앞당겨졌는지’ 등을 묻고 있다. 이 곳 역시 개관 이래 관람 시간이 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연을 오후 8시 시작해왔다. LG아트센터는 “직장인 퇴근 시간이 빨라지다 보니 공연 시작 시각을 두고 고민 중이다. 관객 의견을 취합해 내달 있을 시즌 발표 때 공연 시작 시각 변경 여부도 알릴 예정”이라고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최근 개관 40주년 기념으로 치러진 게르기예프 지휘 뮌헨필하모닉 공연을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 바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공연 기획자들과 협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오후 7시 30분 공연도 늘리는 분위기”라며 “공연장 근접성이 좋아 지연 관객도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공연계는 공연 시작 시각 변경을 필두로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대응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공연예술 분야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공연계 미칠 영향력은 3.9점(5점 척도)으로, 다른 분야 평균(3.44점)보다 높았다.
이 같은 움직임이 직장인들의 여가 수요 및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제고에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7시 30분으로 앞당기길 바라는 관객들도 많이 있지만, 여전히 오후 8시 공연 시작을 희망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30분을 앞당기는 안이 일부 관객에게는 공연 관람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일부 공연들은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되고 있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공연 종료 시각 등을 고려해 오래전부터 오후 7시 30분에 연극을 시작하고 있지만 다른 공연과 비교해도 지연 관객이 그리 많지 않다”며 “7시 30분 공연 시작이 크게 무리라 보진 않는다”고 전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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