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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美 이란 제재 거부"...미·터키 다시 틀어지나

터키 한시적 제재 예외 지정불구

원유·가스 이란 의존도 절대적

"제국주의 세계 살고 싶지 않다"

대미 강경 발언에 갈등 재점화

美 쿠르드 무장단체에 현상금

'터키 달래기'에도 효과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전면 복원한 데 대해 이란산 에너지의 주요 수입국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절대로 미국 제재를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터키 정부가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자 트럼프 정부가 지난 2일 터키 관료 2명에게 부과한 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터키를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국가로 지정하는 등 최근 화해 모드를 형성했던 두 나라가 에너지 안보를 놓고 다시금 갈등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소속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제국주의 세계에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날 원유 수입금지 조처를 복원하면서 이란과의 거래에 대해 한시적 예외를 인정하는 총 8개 국가 명단에 터키를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제재를 강력히 성토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대이란 제재를 지킬 수 없다며 “우리는 절대적으로 그러한 제재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이란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을 경우 터키는 겨울을 버티기 힘들다”며 우리 국민들을 추위 속에서 지내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터키가 대이란 제재 동참을 거부한 배경으로 터키가 이란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를 상당량 수입하는데다 쿠르드족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니파 강국인 터키는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터키는 자국 사용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원유를 이란에서 수입한다. 지난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1,150만톤에 달했다. 터키 행정부는 또 이란과 오는 2026년까지 천연가스 구매를 계속하는 장기계약도 맺은 상태다.

여기에 터키 정부는 눈엣가시인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를 놓고도 트럼프 행정부와 아슬아슬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날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과 시리아 북동부 정찰에 나섰다고 공식 확인해 터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국이 테러 분파 조직으로 여기고 있는 SDF와 미군이 함께 정찰하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와의 관계가 다시 틀어질 위기에 놓이자 터키 주재 미국대사관은 6일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지도자 3인의 신병에 관한 제보에 각각 최대 300만달러(34억원), 최대 500만달러(56억원)의 미국 정부 현상금을 건다고 발표하며 ‘터키 달래기’에 나섰지만 갈등의 골이 메워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이 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어서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WSJ는 “두 나라는 시리아를 둘러싼 전략적 차이부터 터키가 러시아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하는 것까지 충돌할 지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또 터키는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자신들을 좀 더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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