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0만명’이 정부 답변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동재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부연구위원은 6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국민청원, 현황과 과제’ 포럼에서 “청원 수가 20만명이 넘지 않는 사안이라도 정부의 책임 있는 응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답변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부연구위원은 “정부 응답 기준을 현재처럼 특정 수치에 국한해 설계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20만명 기준이 무엇을 근거로 설정된 것인지 불분명하다. 현재 기준은 사실상 20만명도 아니고 20만 계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20만명 이하의 동의를 받은 게시글은 답변하지 않는 것이 제도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만명을 채우기 위한 주목 경쟁 양상과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수가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극적 지지자들의 욕구가 과잉대표돼 시민 의사는 과소 대표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적 근거를 마련해 게시글의 삭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자의적인 글 삭제, 무응답, 거부 등은 국민의 권리(응답신청권)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운영을 ‘청원’으로 엄격히 제한할 것인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장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현재는 청원뿐 아니라 청원으로 보기 어려운 민원, 정책제안, 탄원 등 다양한 사항이 혼재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게시글에 대한 답변자 선정과 답변 범위 등 답변과정 전반에 대한 절차가 불명확하다”며 “행정부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사안일 경우 처리 방법이 불투명하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 SNS 계정을 이용한 중복 청원 △ 여론몰이식 사적 청원 등록 △ 게시글 삭제 통보 의무 없음 △ 정부 응답에 대한 피드백 시스템 부재 등을 국민청원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시민들의 폭발적 호응과 참여로 여론조사나 대외 평가에서 청원제도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면서 “하지만 제도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청원은 이슈를 토론하는 공간이 아닌 이슈를 던지는 공간이다. 단지 동의만 할 수 있고, 반대할 수도 댓글을 달 수도 없다”며 “정부가 여론을 파악하려면 국민청원 게시판과 연결된 공론장 전체를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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