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업의 성장세가 줄어드는 가운데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고용 한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내수 경기는 약해지고 노동비용 상승의 충격까지 나타나, 당분간 고용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공개한 보고서 ‘KDI 경제전망’에서 실업률이 올해와 내년 모두 3.9%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5월 KDI가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올해와 내년 실업률이 모두 3.7%가 될 것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고용 지표 악화가 계속되자 KDI는 전망치를 높였다. KDI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실업률은 2001년에 4.0%를 기록한 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증가 폭을 봐도 마찬가지다. KDI는 전년과 비교한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 7만명, 내년에 10만명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올해 5월 보고서에서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와 내년에 20만명대 중반과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애초 예상한 수준의 절반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 셈이다. 작년에는 취업자 증가수는 31만6,000명이다. 실업률과 취업자 증가 폭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아도 내년에도 고용 상황은 험난할 것으로 KDI는 판단했다.
한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어려움과 경제정책 변화로 인한 영향 등이 어두운 고용 전망의 원인으로 꼽힌다. 제조업 고용 부진, 건설경기 하강, 미·중 무역분쟁 등 구조적·경기적·대외적 요인과 노동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용이 점점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KDI는 특히 실업률을 올리는 원인이 내수가 둔화하고 대외 수요의 증가세가 점차 완만해지는 것에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는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성장세 약화는 우리 경제에서 고용 부진을 초래한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력 산업인 제조업에서는 취업자가 2016년에 2만1.000명, 2017년에 1만8,000명 감소하는 등 2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제조업 취업자는 1∼9월에 작년 동기보다 월평균 약 4만6,000명 줄었다. 같은 기간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는 10만9,000명 줄어드는 등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 KDI는 보고서에서 “특히 서비스업 고용 부진의 경우, 작년에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더불어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임금 및 근로시간 관련 정책들의 단기적인 부작용도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KDI 측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과도한 (노동) 보호로 인해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이들이 충분히 기회를 잡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의 대립을 조정해 관련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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