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꽃으로 보통은 빨강 장미, 노랑 장미 등이 익숙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생소한 ‘모래장미(sand rose)’라는 것이 있다.
아마도 이름만으로는 모래에서 자라는 장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미는 살아 있는 식물이 아니다. 사막의 소금기를 머금은 모래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장미 모양으로 변형된 화석의 일종으로 흔히 ‘사막장미(desert rose)’로 불린다.
모래장미는 자연 상태에서 오랜 기간 굳어졌기 때문에 물에 잘 녹지도, 잘 깨지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특성은 아름다움과 견고함을 갖춘 멋지고 튼튼한 건축물을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지난 10월 중순에 출장을 갔던 중동국가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는 우리 해외건설 기업이 모래장미 모양의 건축물을 짓고 있었다.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연안에 위치한 카타르는 풍부한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구가 채 300만명도 안 되는 중동의 강소국이다. 최근에는 ‘2022카타르월드컵’ 개최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카타르 정부는 수출량 기준 세계 1위인 천연가스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관광산업의 활성화에도 적극적이다.
카타르 정부는 40~50도의 무더운 날씨와 빈약한 관광자원의 한계를 다양한 형태의 랜드마크 건축물 건설을 통해 극복하려 하고 있다. 세계적 건축가인 프랑스의 장 누벨이 모래장미를 모티브로 설계해서 우리 건설사가 시공 중인 약 5,000억원 규모의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Qatar)도 이의 일환이다. 장미 꽃잎 하나하나를 형상화해 시공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건축공사로 알려져 있다.
중동의 대표적 건축물로서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박물관을 우리 건설회사가 시공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해외건설 산업이 국외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 해외건설은 1965년에 태국 도로공사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160여개 국가에서 1만3,000여건, 8,00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우리 해외건설 종사자들은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세계 10위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올해 7월 말에 해외건설협회장으로 부임한 후 국토교통부 장관을 수행해 처음으로 간 이번 출장은 낯설고 험난한 해외 건설현장에서 묵묵히 국위를 선양하는 대한민국 해외건설 산업의 명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기회였다. 대한민국의 해외건설 산업 종사자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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