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에스포 시(市). 빨간 벽돌 지붕의 2층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곳은 헬싱키의 위성도시다. 로라 빈하씨와 남편 리쿠 우오틸라씨의 집을 방문해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지원 시스템을 들어보기로 했다.
“핀란드에서는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육아 휴직을 쓸 수 있어요. 첫 아이를 낳고 아이가 한 살 반 정도 됐을 때 복직했어요. 그땐 일하는 게 좋아서 휴직기간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출근할 정도였죠.”
빈하씨가 출산 후에도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질 좋은 데이케어 센터(Daycare center·보육시설)와 아빠 육아휴직 제도가 한 몫했다.
육아휴직 직후 복직했을 때 남편 우오틸라씨가 곧바로 한 달 정도 육아휴직을 사용해 아이를 돌봤다.
“주변에 있는 아빠들의 절반 정도가 육아 휴직을 사용했어요. 아빠들이 갈수록 육아 휴직을 선호하는 추세죠. 다만 아내들이 10개월 중 많은 기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남성들은 평균 한두 달 정도 사용합니다”
육아휴직 동안 부부는 매달 100유로(한화 약 13만 원)의 아동 수당을 받았다. 핀란드 정부는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아동수당을 매월 지급한다.
“두 아들 모두 3세가 될 때까지 데이케어 센터에 9시간씩 맡겼어요. 공립은 물론 사립 시설도 정부가 비용의 75% 가량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250~290유로만 부담하면 되죠”
이 때문에 핀란드 여성들은 육아휴직으로 인해 경력단절이 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또 부모가 원한다면 유연 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아로부터 벗어나 오히려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핀란드 모든 기업은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들에게 휴직 전과 동등한 직급에 배치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갖고 있어요. 따라서 실직이나 승진차별 등에 대한 우려가 적은 편이죠”
다만 빈하씨의 경우 복직의 어려움보다는 자신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적응기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시간에 맞춰 데이케어센터에 데려다 준 뒤 출근하고 데이케어센터 마감 시간에 맞춰서 업무를 끝내고 아이를 곧장 데려와야 하니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필수예요”
맞벌이인 이들 부부는 자연스럽게 육아 및 집안일도 동등하게 배분했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우오틸라씨는 강조했다.
“흔히 휴일이면 아이와 논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큰 오산이에요. 엄연히 육아도 일입니다. 가끔 저희끼리는 농담 삼아 육아를 쉬려고 회사에 출근한다고 말할 정도랍니다”
/에스포(핀란드)=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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