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반포는 매물 자체가 없었는데 어제 대책 발표 이후 매도인·매수인 모두 움직임 없이 관망세로 돌입했습니다. 자신들에게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파악한 후에야 시장이 움직일 것 같습니다.”(김시연(서울경제신문 펠로) 래미안114 공인 대표)
‘9·13 주택시장안정대책’이 발표된 후 부동산 시장이 일제히 눈치 보기에 돌입했다. 보유세 부담 증가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을 담은 이번 대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이다. 보유세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무하다. 이런 가운데 전세대출 보증 요건이 강화되면서 임대차 시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서울경제신문이 14일 주요 지역 중개업소 현장을 취재한 결과 지난주와 달리 사뭇 조용한 분위기다. 대책으로 호가가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매수인 역시 지켜보자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특히 보유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될 강남권은 이 분위기가 더 심하다. 송파구 잠실동의 A 공인 대표는 “어제 정부 발표 중에도 주공5단지 전용 76㎡가 최고가인 19억2,000만원에 계약됐지만 오늘은 종일 조용하다”며 “매도·매수자 모두 규제가 다양해서 어떻게 적용될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G 공인관계자는 “압구정 집주인에게 종합부동산세 압박은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매수 예정자들은 대책으로 집값이 하락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대책 발표 이후 매수세는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 직후 서초구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는 전용 107㎡ 매물이 43억5,000만원에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 46억원대까지 치솟던 매물에 비해 조정된 가격이다. 이동하(펠로) 반포114공인 대표는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의 경우 어제 정부 대책 발표를 지켜보면서 서너 분가량이 곧 집을 팔아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집 한 채를 갖고 30년 넘게 산 토박이들이 세금에 밀려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M공인 대표도 “어제 서울시에서 중개업소 단속에 나와 오늘까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영업 중이라 시장이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양상이다. 양천구 신정동의 조순현 미래공인 대표는 “실수요자도 지금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추격매수는 멈추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추석 후 본격적인 이사철에 돌입하면 시장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산천동의 장영(펠로) 삼성공인 대표도 “오늘 리버힐 삼성 전용 114㎡가 13억원에 새로 매물로 나왔다”며 “아직 눈치 보는 중이라 이 시세에 매수세가 있을지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수도권도 비슷한 분위기이다. 광명시 철산동의 H공인 대표는 “당분간 지금이 최고가라고 보고 매물이 한두 개씩 나왔지만 매수 문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과천의 H공인 대표는 “집값 담합도 규제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자 호가 담합을 강요하던 매도인들도 조용해졌다”면서 “억 단위 급등세는 없어지겠지만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세 시장은 전세대출 보증 적용 시점을 두고 혼란을 겼었다. 14일 대출 신청부터 규제를 적용받아 미리 신청하지 못한 계약자들이 중개업소에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줄이었다. 노원구 상계동 정희순(펠로) 부동산채널공인 대표는 “원주에서 서울로 발령이 난 세입자가 계약 진행 중 갑작스러운 규제로 전세 보증신청을 못했다”면서 “집주인에게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해보지만 집주인도 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줘야 해 규제로 인해 연쇄적으로 자금이 막혔다”고 말했다.
/이재명·박윤선·이주원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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