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취소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자 중국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루캉 대변인 명의의 기자 문답에서 “미국의 주장은 기본 사실에 어긋날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매우 우려하고 있고 미국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이어 “중국의 북핵 문제에 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 악화를 불러오는 이상 행동을 하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대한 항의의 성격이 짙다. 그는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려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미국의 북미회담 번복을 비판했다.
중국 주요 매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 취소의 책임을 중국에 돌린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구시보는 26일 사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은 “적반하장”이라며 “현재 북미회담이 중단된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백악관이 중미 무역전쟁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하나로 엮는 것은 이를 핑계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국내 여론의 의문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또 조만간 열릴 미국 중간선거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이 같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연 방북 일정을 북한의 9·9절 행사에 맞춰 강행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낸 만큼 시 주석이 보란 듯 북한 정권 수립일에 맞춰 북한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 대한 답방이 연내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 하는 만큼 대외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가장 큰 시점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9·9절에 방북하지 않는다면 정치국 상무위원급을 대신 보내 북한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재로서는 세 차례 방중에 따른 답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음달 평양을 찾아 북한을 대미 관계 정면승부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 지도부는 오는 9월을 시 주석 방북의 적절한 시기로 보고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기가 만약 조정된다면 이는 미중 관계의 기존 전략에서 변화를 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