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보세요. 그에 비하면 미국은 미비한 수준입니다.”
한국 여자골프의 세계 무대 지배와 이를 이끈 시스템의 승리가 미국 간판선수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5승에 세계랭킹 9위에 올라 있는 제시카 코르다(25·미국)는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하루 앞둔 1일(한국시간) 인터뷰를 통해 한국 여자골프를 선망의 대상으로 언급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코르다는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지배가 계속되고 있는데 그들은 미국보다 나은 육성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선수들을 길러내고 지원하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를 돌며 대회 경험을 풍부하게 쌓는다. 그에 비해 미국은 그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있지만 대학을 보내기 위한 목적이 크다.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유망주를 위한 테니스 캠프를 자주 개최하는데 골프에도 이런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대한골프협회(KGA)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선수권 같은 대회의 참가 마감기한이 정해지면 그 시기에 랭킹포인트 상위 선수를 뽑아서 파견하고 그것으로 끝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연말에 국가대표를 뽑으면 1년간 집중적으로 훈련을 지원한다. 목표로 하는 대회 코스와 비슷한 국내 코스를 찾아서 훈련하게 하고 연습라운드·숙식·체력관리프로그램 등에 드는 비용은 대한체육회와 협회가 부담한다. 협회 회원사인 국내 100여개 골프장 중 선수들의 라운드 비용을 후원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 엔트리 구성도 기존 국가대표들에게 우선권을 주되 마지막 출전권 1장의 주인은 최근 성적이 좋은 선수 중 2차 선발전을 통해 뽑는다. 일본이나 호주도 이 같은 시스템으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적이 있는 코르다는 KLPGA 투어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LPGA 투어에 오는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최소 2년의 KLPGA 투어 경험을 가지고 온다. LPGA 투어에 오기 전에 이미 프로 선수인 것”이라며 “루키라고 부르지만 이미 프로 대회에서 열 번이나 우승하고 온 선수도 있다. 그것은 엄청난 어드밴티지”라고 했다. 실제로 박성현·유소연·고진영·김세영 등 올 시즌 맹활약 중인 선수들만 봐도 모두 KLPGA 투어에서 우승 경험을 충분히 쌓고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케이스다. 코르다는 “한국 선수들은 KLPGA 투어를 2년간 뛰어야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도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KLPGA 투어 관계자는 “투어 2년 참가 의무 규정은 10년여 전 얘기다. 지금은 (퀄리파잉 토너먼트 등을 통해) 자유롭게 미국 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무 규정은 없지만 KLPGA 투어를 거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2년 정도 국내 투어를 경험하고 미국에 도전하는 것이 트렌드인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미국도 LPGA 2부(시메트라) 투어가 운영되지만 상금 랭킹에 따라 1년만 뛰고 바로 LPGA 투어에 뛰어드는 선수가 많다. 코르다는 “미국은 재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유망주들이 많고 프로 전향을 결정할 시기가 오면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이 나을지 어려운 고민에 빠지게 마련”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올 시즌 LPGA 투어 21개 대회에서 미국은 한국계 2승을 포함해 4승, 한국은 7승을 합작하고 있다. 세계랭킹 톱10 중 5명이 한국 선수이고 미국 선수는 2명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