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EBS 연계율을 50%로 현행(70%) 대비 20%포인트 낮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높은 연계율 때문에 학생들이 EBS 교재를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함으로써 고교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다른 교재 구입, 학원 수강 증가 등에 따른 사교육비 상승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13일 한국방송통신대 서울지역대학 대강당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제 가운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로 다루지 않기로 한 사안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국가교육회의는 앞서 지난 5월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면서 수능·EBS 연계율 축소 및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 폐지 등의 결정은 전문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만큼 시민정책참여단에 맡길 게 아니라 교육부가 직접 하라고 요청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강기수 동아대 교수는 △EBS 연계율 50%로 축소 및 과목 특성에 따라 간접연계로 전환 △학종 자소서 서식을 서술형 에세이에서 사실 나열 ‘개조식’으로 바꾸는 동시에 문항당 글자 수 1,000~1,500자에서 500~800자로 축소 △학종 교사추천서 폐지 △대학별 객관식 지필고사(적성고사) 시행 금지 등의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EBS 연계율 축소와 간접연계로의 전환을 통해 교육과정 왜곡 및 단순 암기식 학습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대필·허위 작성 등의 우려가 있는 자소서는 서식을 바꾸는 동시에 부정 적발 시 탈락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검증을 강화하고 대입 과정 단순화 및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교사추천서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의뢰로 연구를 진행한 대학 교수가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이들 검토 의견은 정부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특히 이 의견들은 정책숙려제 투표 등의 과정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종 대입제도 개편안은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사실상의 교육부 개편안 중 학부모 등은 특히 수능·EBS 연계율 축소에 우려를 표명했다. EBS 연계율이 떨어지면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사교육비가 더 커질 수 있는 탓이다. 경기고 1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유미선씨는 “EBS 연계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를 바란다”며 “사교육비 경감 등을 위해 그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2 학생의 학부모는 “연계율 축소는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골 학생들에게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연계율을 낮추면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어 공교육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고 꼬집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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