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미국명 브루스 리)의 태권도 스승으로도 유명했던 ‘미국 태권도의 대부’ ‘한류원조’ 이준구(미국명 준 리)씨가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매클린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국제지도자연합은 “이 사범이 버지니아의 한 병원에서 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이 생애 마지막으로 당부한 ‘진실한 세상 만들기 운동(TRUTOPIA)’을 가슴 깊이 새기고 유지를 받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1957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을 밟은 이씨는 텍사스대 토목공학과에 다니다 1962년 워싱턴DC에 태권도장을 차리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강도를 당한 연방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강도를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태권도에 입문하게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일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 태권도 바람이 불었다.
고인은 ‘태권도를 배우면 우등생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써 189개국 주미 대사에게 발송하는 한편 1965년 미 하원에 태권도장을 열고 10년 뒤 상·하원 의원 태권도대회를 처음 개최하는 등 해외 태권도 보급에 큰 역할을 했다. 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일에 ‘금세기 최고 무술인상’을 수상한 이씨를 미국인들은 ‘그랜드마스터’라고 불렀다. 2003년 당시 워싱턴DC 시장은 ‘이준구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으며 이씨는 앞서 2000년 미국 정부가 발표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 중 한 명으로 선정돼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도 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이씨의 생전에 “이준구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했고 일레인 차오 전 노동장관은 “이준구는 한국이 미국에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존경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씨의 제자로는 톰 폴리,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있다. 격투기 전설 이소룡과 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도 이씨에게 태권도를 배웠다.
72세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에도 매일 팔굽혀펴기 1,000개를 하고 송판 격파도 멈추지 않은 이씨는 7~8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한 뒤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부인 테리사 리와 지미 리(메릴랜드주 특수산업장관) 등 3남1녀가 있다. 영결식은 오는 8일 매클린 바이블처치에서 열리며 장지는 인근 폴스처치의 내셔널메모리얼파크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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