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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수성못’ 유지영 감독, 인생 초보운전자들에게..“왜 실패할까?”

유지영 감독 인터뷰 “왜 이렇게 열심히만 살아야 할까?” 근본 이유를 묻다.

“삶의 입체적인 면을 제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으면...”

청춘 패러독스를 이렇게 공감가게 그릴 수 있을까.

지난 19일 개봉한 ‘수성못’은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 할수록, 더 깊은 삶의 구렁으로 빠져들게 되는 삶의 모순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수성못’의 유지영 감독은 “제 20대 때를 그대로 투영한 영화이다. ‘실패’에 대한 이야기, ‘절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 ‘수성못’의 주인공 희정(이세영 분)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편입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쪼개가며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지만, 삶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대구 수성못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에 연루 된 것.

유지영 감독 /사진=인디스토리




이 영화는 유 감독이 2013년에 구상을 한 작품. 반드시 ‘수성못’ 이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선 “영화를 만들 때 장소가 주는 이미지,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첫 장편을 찍게 된다면 반드시 대구에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중에서도 ‘수성못’은 대구 토박이인 유 감독이 마음이 어수선할 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들리던 곳이다.

오리배 매표원 아르바이트와 편입공부를 병행하는 ‘희정’의 모습은 물 위 오리를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운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버둥거리는 모습 말이다.

“수성못에 떠있는 오리를 보며 물 밑에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지만 그 상황과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오리가 마치 나처럼 느껴졌다. 첫 장편 연출할 때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고 그래서 수성못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영화 ‘수성못’ 스틸


‘수성못’은 어떤 실패의 한 구간에 대한 영화이다. 암울하고 무기력하고, 자꾸만 실패하는 20대의 자화상이 담겼다. 무엇보다 영화의 매력은 섣불리 대안을 제시하기 보단, 삶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그 순간을 섬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점.

“관객 분들이 보시면서 ‘아 나도 20대 때 저렇지 않았을까’ 공감을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영화는 암울했던 우울했던 우리 20대의 단상을 그리고 있다. 대안을 주지 않고 ‘희망’만 이야기한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싶었다. 이번 영화에서 ‘우리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지?’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유감독은 “뭐든 열심히 하는데 실패도 많이 했던 때가 20대 때였던 것 같다”며 “20대 때는 운전으로 치면 초보 운전자라 제대로 방향을 알지 못했다. 끊임없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때였다“고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유 감독은 대구의 한 대학에서 홍익대 영상영화학과로 편입했다.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인생의 초보 운전자라고 했다. 다만 “20대 땐 내가 끊임없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됐다” 며 “ 당시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30대에 접어들어, 아주 초본 운전은 벗어나게 됐다. 핸들을 잡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할까. 가장 큰 차이는 뭐가 중요한 지 알게 됐다는 거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른 체 열심히만 했었는데, 알고 보니 방향이 잘못 된 거였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방향이 잘못되면, 문제가 생긴다. 이젠 제대로 방향을 알고 가서 덜 서툴게 가고 있다.”

“홍익대를 들어간 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터닝 포인트는 우연히 오더라. 마치 교통사고처럼. ”

“급하게 미술 실기로 들어갈 수 있는 편입 대학이 ‘홍대’였다. 이미 실기 주제가 다 나와야 있어서 미술학원에서 다들 열심히 준비해 왔더라. 시험 주제가 묘사 1개 디자인 1개였는데, 디자인은 화구통이 오래돼서 도저히 쓸 수 없어서 볼펜으로 다 음영을 넣어 제출했다. 옆 사람에서 연필을 한 자루 빌려서 묘사 작품을 완성했다. 그런데 ‘내가 붙겠다’는 생각이 예감처럼 들었다. ‘여기서 내가 떨어지면 이 학교가 이상하다’ 라고 할까. 학원에서 배운 친구들이라 그런지 그림이 다 천편일률적이었다. 무엇보다 홍대 영상영화과를 가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를 알게됐다. 그게 진짜 터닝 포인트 아닐까.”

유지영 감독/사진=인디스토리


유지영 감독/사진=인디스토리


단편 ‘고백’(2011)으로 주목받은 유지영 감독은 장편 ‘수성못’으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 받았다

“영화계의 피카소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유지영 감독은 “어떤 삶의 입체적인 면을 제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 피카소 큐비즘 그림처럼, 다 다른 각도에서 입, 코, 눈이 한 그림 안에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제 영화가 큐비즘 같았으면 한다. 조각 조각 보면 단편일 수 있지만, 전체를 보면 또 다른 그림이 보이듯 말이다. 제가 죽고나서 관객들이 제 영화를 봤을 때 뭔가가 더 전달되고, 메시지가 더 확실하게 와 닿았음 한다. 제 영화가 한편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해요. ”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일련의 영화들은 ‘유지영’ 감독만의 개성이 담길 예정이다. 그는 늘 다르게 보기를 즐겨한다고 했다. 주변에서 ‘넌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니?’ 란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전형적으로 생각을 못하는 편이다. 그게 나의 개성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미장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제작비가 부족한 독립영화라고 해서 미장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런 미장센이 거슬리면, NG도 많이 나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글을 많이 써오면서, 저만의 방식을 터득한 것 같다. 대단하진 않지만 나만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닐까.”

한편, ‘수성못’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유지영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이세영, 김현준, 남태부, 강신일 등이 출연하며 지난 4월 19일 개봉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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