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협력 바람이 불 때마다 제기되는 남쪽으로 내려온 지주들의 북한 내 토지 소유권 인정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크다. 남쪽으로 내려올 때 A와 같이 소유권 관련 서류를 갖고 와 이를 본인 또는 자손들이 상속받은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이들은 북한 땅을 되찾을 수 있을까.
26일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반환을 주장할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반환 가능성은 거의 없다. 헌법상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사유재산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법상으로는 북한정부라는 불법단체가 점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주는 게 대한민국 정부의 임무이다.
하지만 과거 토지 소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 점은 원소유권 반환이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분단 이후 북한의 지적 및 토지이용 현황 등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 문서를 토대로 소유권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1946년 토지개혁을 실시해 토지를 무상 몰수한 후 국유화하거나 협동조합 등의 공동소유로 전환했다. 또 친일파 등의 토지는 남한에서도 몰수대상이었기 때문에 정당하게 소유한 토지였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소유권 회복의 전제조건이다.
설령 토지 소유권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정치적, 법적으로 소유권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통일 독일에서 동독 내 토지에 대한 서독인들의 소유권을 인정하기로 하면서 200만 건이 넘는 대규모 토지반환소송이 봇물처럼 제기됐다. 이후 동독 내 토지를 반환 받은 서독의 소유자들이 점유자들을 내쫓는 등의 사회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한 국책 연구기관의 북한 전문가는 “소유권 반환은 여러 이유로 불가능하고 특별법 등을 통해 보상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다만 보상도 금액이나 시기 등에 있어서 해결해야 한 난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캠코는 과거 내부 보고서를 통해 원소유권은 인정하지 않되 상징적 수준의 보상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예상대로 단계적 수준의 남북한 통합 또는 통일이 이뤄질 경우 어느 단계에서 보상을 할지 여부도 향후 논의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토지소유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북한이 토지를 몰수한 토지 개혁은 1946년으로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정 이전이므로 현행 헌법이 보호해야 할 사유재산권에 그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토지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관련 법 전문인 한명섭 변호사는 “정당하게 보유하고 있던 토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보상이 이뤄질지 여부도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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