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특정 이미지 덧씌워 2주만에 지지율 반토막...대선판도 흔들어"

[여론조사 전문가가 본 댓글조작의 파괴력]

단시간·비대면·동시다발로 형성...집단주의에 특정 여론 쏠림 불러

문재인 후보 추격하던 안철수 'MB아바타' 프레임후 지지율 뚝

"댓글, 포털의 돈벌이 수단 불과...참여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어"





“선거판은 댓글에 얼마든지 휘둘린다.”

민주당원 댓글 사건으로 촉발된 ‘지지율 조작’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상의 각종 댓글이 특정 인물·이슈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과거 ‘평판’이라는 것이 오프라인에서 장시간에 걸쳐 형성됐다면 지금은 온라인에서 단시간·비대면·동시다발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방식의 변화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다.

지난해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 지지율의 변화는 이 같은 댓글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9대 대선 주요 후보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 3월 2주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5.1%와 10.2%로 세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안 후보는 그러나 민주당 경선 후 안희정 후보의 표를 흡수하며 4월 2주차에 36.5%를 기록, 문 후보(44.8%)와의 격차를 줄였다. 빠른 속도로 문 후보를 추격하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그러나 2주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난다. 4월 3·4주차 지지율이 각각 28.4%, 20.9%로 고꾸라진 것. 이 기간 등장한 게 바로 ‘이명박(MB) 아바타’ 프레임이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필명 드루킹)씨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고점을 찍은 직후 ‘안철수는 MB 아바타’라는 공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MB 아바타’ ‘갑철수’ ‘안초딩’ 등 안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에 추천 수를 늘려 ‘베스트댓글’을 만드는 방식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 것이다. 이때의 공작이 안 후보의 지지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수량화할 수는 없다. 다만 댓글이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줘 선거 구도를 불리하게 (혹은 반대로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댓글=온라인 평판’이라는 인터넷 환경에서 기인한다. 과거 특정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 전달이 구두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쌍방향·다대다(多對多)의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그 평판이 가장 많이 모이고 형성되는 곳이 댓글이라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론조사와 관련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해보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로 ‘그 사람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를 드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그 평판이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곳을 고려할 때 선거판에 미치는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서도 “탄핵 여론 형성부터 민주당 대통령 경선까지 분명 댓글조작이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출’의 측면에서도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뉴스를 접하는 통로 대부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라는 점에서 ‘포털 상위랭크 뉴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댓글 확인→이미지 형성’이라는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기사 및 댓글 내용의 수용 여부를 떠나 접촉할 수 있는 ‘1단계’가 부여된다는 차원에서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세력의 정치화와 여론조작을 막기 위해 정치권의 대중 접촉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당장 표에 도움이 될 ‘조직화된 대중’에만 치중하게 돼 부정청탁이나 ‘조건부 도움’ 제안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전문위원은 “직접 유권자와 만나는 통로가 선거법으로 까다롭게 제한돼 있다”며 “조직되지 않은 대중과 접촉할 기회를 늘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댓글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독일은 댓글이라는 것이 아예 없고 미국도 언론사 사이트에 댓글을 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댓글이라는 게 결국 포털사이트가 돈을 벌기 위한 것일 뿐 참여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집단주의에 입각해 특정 여론으로 (이슈를) 쏠리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주희·류호·박우인·하정연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