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가장 많이 아는 팝송은 비틀스 노래다. ‘예스터데이’ ‘렛 잇 비’는 지금도 몇 소절은 부를 자신이 있다.
영국 리버풀의 더벅머리 청년 4명이 미국에 상륙했을 때 당시 언론은 ‘브리티시 인베이션’이라는 말로 비틀스 신드롬을 전했다. 19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에 열광하던 대중은 곧이어 비틀스의 음악에 매료됐고 팬덤은 10대에서 중장년층까지를 아울렀다.
“우리에게는 해리포터와 비틀스가 있다”는 말처럼 비틀스는 쇠락하던 철강도시 리버풀에, 영국에,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전 세계 팬들에게 뮤즈가 내린 축복이었다. 리버풀은 지금도 비틀스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리버풀 FC의 힘 넘치는 축구를 보고 무명시절 비틀스가 공연했던 매슈스트리트를 걸으며 ‘and I love her’를 듣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지난 2016년 리버풀 시의회는 “비틀스와 관련한 일자리가 2,335개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비틀스 덕분에 관광과 고용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대중음악이 문화를 넘어 하나의 산업이 된 지 오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까지 한다. KOTRA는 몇 년 전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자 대중문화산업과 한·유럽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경제효과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대중음악산업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K팝이고 그 중심에는 아이돌 그룹이 있다. 아이돌 그룹에게 이름은 곧 브랜드이고 동시에 재산적 가치가 큰 무형의 자산이다. 그룹명을 상표로 출원하는 것은 브랜드를 형성·확장해 파워를 키우는 중요한 시작점이다. 연예기획사가 상표권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아이돌 그룹 데뷔에 앞선 상표출원이 일반화되고 있다.
미국 시장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한 방탄소년단(BTS)은 그룹명을 국내는 물론 미국·중국·일본에도 상표로 등록해놓았다. 특히 국외 상표출원은 한 번 출원으로 116개국에서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마드리드제도’를 활용했다고 한다.
해외 지식재산권 침해 실태를 보면 특허보다 상표권 침해로 인한 분쟁이 더 많다. 이를 사전에 막고 상표권을 제대로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시작은 상표권 출원에 있다. 이것은 대중음악산업계는 물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디폴트(default)다. 상표권은 특허권이나 디자인권과는 달리 시효가 없고 관리만 잘하면 갱신이라는 절차를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팝음악의 전설인 비틀스의 상표권을 영국 애플코어 회사가 관리하며 지금도 세계 주요국에 여러 가지 상품에 걸쳐 상표로 등록해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틀스처럼 오랫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팝그룹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렇기에 국내와 해외 주요시장에 상표권을 출원해 등록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방탄소년단 등 K팝 그룹이 국내외 곳곳에 등록해놓은 상표권이 비틀스의 상표권과 같이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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