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실수한 것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데이터 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앱 개발자가 우리와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정보유출 파문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페이스북으로 약 5,000만명의 정보가 유출돼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의 선거 심리전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저커버그는 ‘실수’라는 말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용서받으려 했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사회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촉망받던 30대 경영자의 어리석은 대처가 화를 키운 모습이다. 결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페이스북 탈퇴 캠페인(#DeleteFacebook)이 이어지고 페이스북 신뢰도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개인정보 유출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페이스북 게이트가 과거와 다른 점은 소셜 로그인 기능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소셜 로그인이란 자신의 SNS나 포털 계정으로 특정 앱과 웹사이트에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이다. 페이스북은 물론 구글 등도 이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들 국내 업체는 페이스북과 달리 제한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문일시나 서비스 이용기록, 위치정보 등 다소 민감한 정보도 수두룩하다. 게다가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소셜 로그인을 통해 다른 사이트로 넘겨진 정보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관리 권한 밖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기업에 넘겨받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관 동의를 받는다지만 자신이 수집한 정보들을 이용해 수익을 챙기면서 책임은 질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정보유출은 해킹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내부직원에 의해 유출되는 사례가 더 많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전산·보안 시스템 등에 계약직 직원을 쓰거나 용역 업체에 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소셜 로그인이라는 기술로 정보유출의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SNS 이용자도 모르는 채 개인정보가 여기저기 퍼져나가고 활용되고 있다. 깨알 같은 가입 약관 몇 글자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결국 개인정보 불법도용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돼버린다.
사용자들은 소셜 로그인을 이용할 때 자신의 어떤 정보가 해당 업체에 넘어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이 갖고 있던 어떤 정보가 다른 기업에 제공되는지도 파악할 수 없다.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와 자발적인 정보유출 대책만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빅데이터 시대를 열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영향력과 매출이 커지는 만큼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책임 또한 커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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