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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가상화폐 규제 천차만별 블록체인은 키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사이 고심하는 세계

'외화'로 인정한 스위스, 블록체인 육성위한 'ICO'도 활발

中 거래소 금지...美·日은 자산 취급해 투자자 보호 힘 써

국가별 규제 가상사회선 어려워...글로벌공조 본격화할듯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매장 내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할 수 있다는 안내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은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공식 인정했다. /도쿄=AFP연합뉴스




“가상화폐에 대한 비이성적 투기와 범죄는 근절하되 블록체인은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가상화폐와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각국 정부의 목표는 이렇게 집약된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성격을 무엇으로 규정하는지부터 규제수위를 어디까지 높일지는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스위스처럼 아예 화폐로 인정하거나 미국·일본처럼 거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한 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용인하는 곳도 있지만 중국·인도네시아처럼 강력한 억제정책을 펼치거나 규제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국가도 상당하다. 프랑스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중앙은행에 투기와 돈세탁을 막기 위한 가상화폐 규제방안 초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다만 최근 주요국들이 장기적으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컨센서스’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제사회가 신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갖고 공조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요하임 뷔르멜링 이사는 “국가별 규제는 국경 없는 가상사회에서는 실시하기 어렵다”며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규제만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12일 가상화폐가 ‘현대판 스위스 은행’이 되지 않도록 주요20개국(G20)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공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폐냐 자산이냐…지위부터 제각각=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와 과세방안이 제각각인 것은 지위와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금 비밀주의’ 전통을 지닌 스위스는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를 달러와 같은 외화로 취급하고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했다. 일본·미국 등은 가상화폐를 자산 또는 상품으로 보고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며 취급 거래소와 은행에 본인확인절차(KYC)를 요구한다. 다만 일본은 가상화폐가 통화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 지난해 7월부터 부가가치세(VAT)는 부과하지 않는다.

반면 가상화폐를 통한 지급결제를 불법으로 보는 중국·인도네시아 등은 강력한 억제정책을 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상당수 나라에서는 가상화폐의 지위나 과세방안에 대해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가상화폐거래소, ‘규제’냐 ‘폐쇄’냐=가상화폐거래소를 보는 시각도 국가마다 다르다. 2014년 당시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해킹 여파로 파산하는 사태를 미리 겪은 일본은 가상화폐거래소 건전성 관리를 통해 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금융당국에 사전심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러시아도 모스크바증권거래소 등 정부 공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오는 2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최근 알렉세이 모이세예프 재무차관이 밝혔다.



반면 중국은 순수한 개인 간 거래는 막을 근거가 없지만 거래소나 중개 서비스 등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는 원천 봉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중국 기반의 거래소를 폐쇄한 데 이어 올해는 OK코인과 같은 장외 개인 간 거래(P2P) 중개 플랫폼까지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거래소에 이어 중개 서비스까지 중단되면 개인들은 직접 거래 상대방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므로 사실상 중국 내 가상화폐 거래는 말라붙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육성 원하지만…ICO 규제 엇갈려=가상화폐에 부정적인 각국 정부도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다만 기술개발을 위한 ‘가상화폐공개(ICO·블록체인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와 같은 새로운 자본조달 방식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규제할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기업도시인 추크를 ‘크립토밸리’로 육성하고 있는 스위스에서는 별다른 규제 없이 ICO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 정부가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를 제안하며 새로운 실험을 용인하고 있는 덕분이다. 대신 민간단체인 크립토밸리협회(CVA)가 올 들어 자금조달 방법, 사용처, 활용법 등을 밝히는 행동강령을 마련하는 등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나서고 있다.

미국은 스위스보다는 규제수위를 높여 지난해부터 ICO 적격투자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기관, 연소득 20만달러 이상 개인 등 투자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주체만 ICO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한국에 앞서 세계 최초로 ICO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ICO를 빙자해 거액의 ‘묻지마 투자’를 받은 뒤 잠적하는 범죄가 잇따른 만큼 아예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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