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이 첫 연기 도전에 나선 연극 ‘여도’(연출 김도현)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과거 단종의 시점과 현재 세조의 시점을 오가며 단종 죽음의 실마리를 파헤치는 명품 추리 사극이다. 실제 역사 속에서 조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충신이라 불리는 사육신과 생육신 모두를 곁에 두었던 단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날짜가 왜 세조실록에는 다르게 표기 된 것인가 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민혁이 사극 ‘여도’에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김도현 연출의 한마디 때문이다. 연기에 대한 갈증은 늘 있어왔지만 뮤지컬 보다는 연극으로 첫 스타트를 하고 싶었던 이민혁은 고민 끝에 연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연출님께서 함께 작품을 해보자고 콜을 주셨다. 그렇게 미팅을 하게 됐는데, 연출님이 아이돌들의 열정을 좋게 봐주셨다. 자기가 봐왔던 아이돌 친구들은 항상 그 이상의 것을 소화해 내더라란 말을 하셨다. 연출님의 말씀 때문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혁은 그룹 블락비 멤버들의 뮤지컬 공연을 보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블락비의 멤버 중 유권은 일본에서 뮤지컬 ‘올슉업’과 ‘런 투 유’에 이어 국내에서 ‘위대한 캣츠비’에 출연했다. 재효 역시 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 출연하며 무대 경력을 쌓아나갔다.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많이 부담됐는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고 나니 선배님들, 연출님의 도움 덕에 늘 감사함의 연속이라고 한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란 선입견을 이겨내겠다는 생각보단, ‘무대 위에서 절대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을 정도.
“선배님들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 종일 연습실에서 사세요. 아이돌이 연기를 한다는 그런 인식이 먼저 들어 스스로 좀 불편했는데, 그 분들의 열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대본 리딩 때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대사가 일단 정확히 또 어색하지 않게 전달돼야 해서 노력 중이다.”
조선 제6대 왕 단종은 문종의 아들로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상왕이 되었다. 이후 단종복위운동을 하던 성삼문 등이 죽음을 당하자 서인으로 강등되고 결국 죽음을 당하였다. 단종에 대해 하나 하나 공부해 나가고 있는 맏형 이민혁은 “병헌씨나 이선씨에 비해 성숙한 단종의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역사 속 단종은 어린 나이에 왕권을 빼앗기고 유배를 간 걸로 나와 있는데 극중에선 어린 나이지만 좀 더 성숙한 인물로 그려진다. 인물에 대해 알아갈수록 단종의 사고 자체는 너무나 성숙하더라. 다른 성인들보다 태연함이 있다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마냥 어린 느낌의 단종만은 보여주고 싶진 않다.”
연극 속에서 단종은 세자의 빈인 혜빈정씨(공현주 김사희 이혜수)와 밀애를 갖는다. 그는 “어린 나이에 하는 풋사랑처럼 안 느껴지도록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혜빈과 사랑을 나누는 게, 보통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어린 아이들이 무슨 사랑을 알겠어?’란 느낌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한다. 극 안에서 단종은 혜빈과 그럴 수도 있겠다고 보여야 한다. 그렇게 다가가다보니 되게 어리게만 보였던 단종이 다르게 보였다.”
차분히 연기를 준비해 온 이민혁의 한마디 한마디는 신뢰가 갔다. 그는 첫 연극 도전에 대한 혹평도 “당연히 감내하겠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선 칭찬만 받아들여선 안되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태도이다.
“연기에 대한 평은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작은 빨리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어떤 피드백이라도 내가 빨리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은 거라 본다. 날카로운 평들이 무섭거나 그러진 않다.”
한편, 이번 작품 ‘여도’에선 FT아일랜드의 송승현, 신민수, B.A.P의 힘찬이 이성 역으로 분하며, 블락비의 이민혁, 병헌, 이선이 단종 역을 맡았다. 세조 역에는 박정학, 김정균, 혜빈정씨 역엔 공현주, 김사희가 연기를 펼친다. ‘여도’가 첫 연기 데뷔작인 인기 아이돌 스타가 많은 만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내달 25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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