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스의 BBK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모 전 다스 전무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수서를 제출받았다. 자수서에는 과거 특검 등 수사에서 다스의 실소유주 등과 관련해 일부 잘못된 내용을 진술한 적이 있으며,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사실을 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가 입장을 바꿀 다스 관련 내용이 조직적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전 특검이 14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BBK 특검 수사진행상황’ 자료에 따르면, 당시 특검팀은 다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이 회사 회계담당 손모 대리를 조사했다. 손 대리는 “경리팀장이던 채동영씨로부터 비자금 조성 사실을 들었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비자금 조성에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 경리직원 조모씨 등이 가담했다고 말했다. 정 전 특검팀은 다스에서 회계처리된 120억원의 수상한 자금이 비자금인지 횡령금인지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손 대리는 이후 진행된 추가 조사에서도 경리 직원 조씨 혼자서 횡령하는 것은 결재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며 사장, 전무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씨와 김 전 사장, 권 전 전무 등은 정 전 특검 조사에서 손 대리의 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았다. 조씨는 횡령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는 친밀한 관계이던 협력업체인 세광공업의 경리 담당 직원과 공모해 상사들을 속이며 벌인 개인적인 비리라고 진술했다.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는 횡령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횡령한 120억여원의 회삿돈이 개인 비리인지 조직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인지를 두고 다스 내부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린 것이다. 정 전 특검은 기자회견에서 “다스의 비자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리 직원과 관련자를 모두 조사했지만, 단독 범행이라는 것 외에 전무와 사장이 공범인지 여부는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 전 특검은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조씨의 진술 외에 단독 범행이라고 판단한 근거로 11가지 정황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전 특검은 회사 차원의 이 돈이 수표로 인출돼 추적이 용이한 개인 계좌에 입금됐고 당사자들이 개인 자금과 섞어 관리하며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점, 임원진이 자금 현황을 점검하거나 조씨의 공범과 연락을 취한 일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 채씨 등이 “정 전 특검이 수사를 벌이던 2008년에는 새 대통령(이 전 대통령)이 당선된 분위기 때문에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특검의 이런 결론이 적절했는지도 검찰 수사에서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동부지검에 차려진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은 조만간 정 전 특검팀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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