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남한산성’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엇갈린 해석이 또 다른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집권여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화를 인용해 외교적 해법을 통한 전쟁 예방을 강조하고 나서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군주가 무능하면 피해는 백성의 몫”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남한산성’ 관람 소감을 통해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어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고 전란의 참화를 겪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무능과 신하들의 명분론 때문”이라며 “비록 다소 역사의 왜곡은 있지만 북핵위기에 한국 지도자들이 새겨봐야 할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척화파의 주화파의 논쟁이 인상적”이라며 “긴 연휴를 보내면서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하루 앞선 지난 3일 “오늘 개봉된 남한산성을 관람했다”며 “하염없는 눈물과 함께 끝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든지 외교적 노력으로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고 백성의 도탄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민족의 굴욕과 백성의 도륙을 초래한 자들은 역사 속의 죄인이 아닐 수 없다”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들이 잘못된 현실판단과 무대책의 명분에 사로잡혀 임진왜란에 이어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오늘 우리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남북의 대결은 깊어지고 경제적 압박과 안보의 위기는 커져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힘을 키우고 외교적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핵 해법으로 대북 강경론을 주창하고 나선 야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영화 ‘남한산성’은 개봉 이틀째인 추석 당일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추석 영화 최단 기록을 경신했다.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대군을 피해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보냈던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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