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김지영(29)씨는 결혼식 하객 명단을 정리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신랑 측에서는 하객을 150명 가량 부른다는데 김씨는 아무리 추려도 100명이 채 안되기 때문이다. 그는 “손님이 비교될 정도로 적게 오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이라며 “작은 결혼식도 생각해봤지만 비용이 더 비쌀뿐더러 신랑에게 하객을 적게 부르라고 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결혼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예비부부들은 여전히 하객 수를 채우는 위해 고민이다.
17일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5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꼴로(70.8%)이 ‘결혼식 가짜 하객 동원’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결혼식 하객 수를 걱정해본 적이 있는 경우도 이와 비슷한 69.5%에 달했다. 하객 수를 걱정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초대할 지인이 많지 않아서가 2명 중 1명꼴(54.5%)로 가장 많았다.
작은 결혼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입을 모은다. 비싼 비용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20~30 대 남녀 2,000명(미혼 1,000명, 기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6%가 작은 결혼에 대한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기혼자 가운데 작은 결혼식을 택한 사례는 5.4%에 그쳤다. 하객을 적게 부르지만 일반 결혼식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박정훈(33)씨는 “작은 결혼식장들이 서울 강남과 북촌 등에 주로 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높다”며 “식비만 해도 일반 예식장보다 1.5배 가량 비싸고 꽃장식 등을 추가하면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여건으로 일반 웨딩홀을 알아보면 자연스럽게 식장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작은 결혼식과 더불어 축의금과 혼수 등 한국 특유의 결혼문화 역시 예비부부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윤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날 한국사회 구조와 인간관계 등을 고려하면 예전처럼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결혼문화는 축의금과 혼수 등의 전통적 문화가 중첩되면서 젊은 세대가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규모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형식 등도 함께 줄이는 결혼문화를 만들어야 불필요한 정신적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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