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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제 대통령 연준 의장에게 한번 보자”··막강 위세 자랑하는 ‘이방카’

FT에 메일 보내 “나는 영향력 없다” 항변

최측근 30세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 올라

7월 옐런에게 먼저 연락해 조찬회동 가져

문준용씨가 이주열 총재와 단둘이 밥먹은 격

‘이방카 라인’ 콘웨이 고문은 방송서 “이방카 브랜드 물건 사라” 말해

켈리 비서실장, 기강 다잡기 효과 발휘할지 주목

1994년 9월 7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와 그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의 즐거운 한때/AP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고문/스프링필드=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여전히 높은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단독 회동을 먼저 요청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자신의 핵심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호프 힉스가 백악관 공보국장 자리에 오르는 등 핵심 실세로서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메일을 보내 “어떤 사람들은 ‘비현실적 기대’를 창작해왔다”면서 자신이 부친에게 큰 정치적 영향력을 미친다는 세간의 관측을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누구는) 아버지가 국민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유인 핵심가치와 의제를 저버릴 만큼 나의 존재 자체가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여성이나 환경, 이민문제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와는 달리 다소 진보적인 의제를 공론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순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을 한 셈이다. 한마디로 “나는 당신들의 기대와는 달리 힘이 없는 존재”란 항변인 셈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바리=AFP연합뉴스


하지만 그의 주장과 행보는 180도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방카는 지난 7월 옐런 미 연준 의장에게 먼저 연락해 단둘이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식 일정표를 인용해 옐런 의장이 지난 7월 17일 연준 본부건물에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한 시간 동안 조찬회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옐런 의장이 공식 일정으로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일원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연준 대변인과 이방카 측 대변인 모두 당시 만남이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옐런 의장과 이방카의 회동에서 차기 연준 의장 선임과 관련된 모종의 의견교환이 있지 않았겠냐는 해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명의 여성’ 가운데 한 명인 이방카와 100년 연준 역사상 첫 여성 수장에 오르며 ‘유리천장’을 깬 여성의 대표적 존재로 부각된 옐런 의장 사이에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비교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장남 문준용씨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먼저 연락해 회동한 격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만남 이후 옐런 의장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에 대한 질문에 “옐런도 잘하고 있고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유력하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옐런 의장이 집권당인 민주당을 돕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해온 데서 180도 바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당시 적잖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수해 현장을 시찰한 후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대통령전용기 안에서 옐런 의장을 재지명할 것인지에 “나는 옐런 의장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존경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 나이로 30세에 미 백악관 공보국장 자리에 오른 호프 힉스/트위터 캡쳐




호프 힉스(가운데) 미 백악관 신임 공보국장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워싱턴DC 백악관 안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최근 선임된 호프 신임 백악관 공보국장 사례도 마찬가지다. NBC방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신임 공보국장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여성 호프 힉스가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공보국 전략담당으로 백악관에 들어온 힉스는 지난달 16일부터 임시 공보국장을 맡아왔었다.

힉스는 뉴욕 컨설팅 회사에서 이방카 트럼프와 함께 일한 인연으로 지난 2014년 트럼프그룹에서 홍보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대선 기간에는 트럼프캠프의 언론담당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공보국 전략담당으로 백악관에 들어왔다. 힉스는 지난달 강경파인 스캐러무치가 백악관 공보국장에 전격 발탁되고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이 이에 반발해 그만두는 등 공보 라인이 대폭 개편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아 ‘언터처블’ ‘숨겨진 손(hidden hand)’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전임자인 스캐러무치가 1964년생이었고 스파이서 대변인이 1971년생이었던 것과 비교해 1988년생으로 한국 나이 30세에 불과한 그가 백악관 주요 보직인 공보국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도 이방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방카 트럼프와 그의 남편 제러드 쿠슈너 미 백악관 선임고문/워싱턴DC=EPA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왼쪽)가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여성 기업가기금 이니셔티브’ 출범식에 참석해 크리스틴 라가르드(오른쪽)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서있다. /함부르크=AP연합뉴스


변호사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대표적인 ‘이방카 라인’으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폭스뉴스 채널에 잇달아 출연해 “이방카 의류 브랜드 제품을 사라”고 옹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장녀 이방카가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의 백화점 퇴출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콘웨이 고문은 이방카의 브랜드를 대놓고 홍보해 징계를 받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자리에 이방카를 앉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만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장녀 이방카와 그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고문이 대부분 동행했지만 최근 ‘군기반장’으로 불리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 이들 부부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상황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이방카와 쿠슈너 부부가 오는 11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미리 중국을 방문하려다가 켈리 실장이 “적절치 않다”고 반대해 무산됐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방카와 백악관 기강 바로 세우기에 나선 켈리 실장의 힘겨루기에서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둘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만 남았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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