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형제 간 화해라는 선물이 한국인들에게 주어지기를 늘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국내 여러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한국순례단과 만남을 갖고 “이곳에서 순례자인 당신들을 만난 것이 아름다운 한국땅으로 향했던 나의 순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우리는 단지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아니라 소매를 걷어붙이고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며 “그 미래는 개인·공동체·인민·국가 간 분쟁을 거부하고 조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국내 여러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한국순례단의 특성을 감안한 듯 이날 자리에서 종교 간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 간 대화는 접촉과 만남과 협력으로 구성된다. 종교 간 대화가 결실을 거두려면 개방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개방성’, 다시 말해 따뜻함과 진실함은 존중과 정직함에서 나온다. ‘상호존중’은 종교 간 대화의 전제조건인 동시에 목표다. 이는 삶의 권리와 신체의 보전, 양심·종교·생각·표현 등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이 종교 간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세상은 우리에게 답을 찾도록 하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책임을 나누도록 한다”며 “이런 이슈에는 인간의 성스러운 존엄함, 여전히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배고픔과 빈곤, 폭력의 거부, 특히 종교를 훼손하고 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폭력들, 불의를 키우는 부패들, 도덕적 붕괴, 가정의 위기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종교 지도자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종교 지도자들은 모든 이들의 복지와 화해를 위한 과정들을 시작하고 진흥하며 함께하도록 요구받는다”며 “우리는 공포서사와 완벽하게 다른 말들과 증오의 수사학에 반하는 제스처를 통해 비폭력적 스타일을 선포하고 평화를 이끌어내기를 요구받는다”고 말했다.
이날 예방단에는 종교지도자협의회 의장이자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해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도교 이정희 교령,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 등 22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 대주교는 교황에게 국내 7대 종교 수장이 서명한 서한을 전달하며 한반도 긴장 상황을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주변 강대국의 전쟁 위협 속에 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쟁 상태인 정전협정 체제에서 벗어나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를 기도하며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황님의 기도를 호소한다”고 요청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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